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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키우기 좋은 도시 구미'는 옛말?… 영유아 동반 가족 위한 주차구역 전무(全無)

타 지자체에서 저출생 대책 등 이유로 도입 및 확대하는 '가족배려주차장'…구미에는 '0'곳
병원 인근 공영주차장 만차로 병원과 먼 곳에 주차하고 '아픈 아이' 진료 받는 사례도

구미시청 전경. 매일신문DB
구미시청 전경. 매일신문DB

구미시 옥계동에 사는 A씨는 최근 한 주차장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주차공간이 좁은 탓에 주차 후엔 차 안에 있는 짐과 아이를 내리기가 쉽지 않아 7살 아들을 먼저 내리게 했다가 아이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에 치일 뻔한 것이다. A씨는 "최소한 관공서나 공영주차장엔 '가족 배려 주차구역'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의 공공시설 등에 임산부와 영유아,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동반한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 배려 주차구역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미시가 저출산 극복 등을 위해 '아동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임산부‧영유아 가정을 위한 가족 배려 주차구역은 전무한 탓이다.

가족 배려 주차구역은 사각지대가 없는 밝은 곳이거나 주차장 출입구·승강기·계단 등과 가까워 접근성·안전성이 용이한 곳에 설치되기에, 영유아 동반 가족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평가 받는다.

정부는 최근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늘 붐비는 공항 주차장 내 터미널 가까운 곳에 가족 배려 주차구역을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 부산 등 자치단체도 관련 조례를 개정해 가족 배려 주차구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근 김천시도 지난 7월 경북도 내 최초로 가족 배려 주차구역을 신설했다.

반면, 구미엔 시청 주차장을 포함한 모든 공공주차장에 가족 배려 주차구역이 단 1곳도 없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출산·양육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타 지자체의 움직임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게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병원 인근 공영주차장 등에도 가족 배려 주차구역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시민은 "최근 아이가 열 경련 증상을 보여 급히 광평천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인근 병원으로 가려 했지만 주차 공간이 없어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진료를 봤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위급한 경우에 대비해 교통약자를 위한 주차구역을 만들어 상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관계 부서 간 논의는 있었으나 발 빠르게 도입하지는 못했다"며 "내년에는 구미도시공사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5곳에 10면 정도의 가족 배려 주차구역을 만들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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