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구미시 도개면 아도모례원의 마당에는 김장 준비로 분주한 손길들이 이어졌다.
사단법인 '좋은 벗들'이 주최한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하는 김장축제'에 모인 북한이탈주민 150여 명과 자원 활동가들은 920㎏의 절인 배추와 김치 양념을 앞에 두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김장을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한 여성 참가자가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며 건너 편에 있는 중년 여성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 "저 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설마 아닐 거야."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김치에 집중하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계속 쓰였다.
반면 중년 여성도 그녀를 흘깃거리며 비슷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저 아이, 우리 조카랑 많이 닮았는데…하지만 여기서 만날 리가 없지."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마음은 점점 복잡해졌다. 김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젊은 여성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지금 말을 걸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 그는 조심스럽게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기…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중년 여성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나는 김영순(가명)인데…왜 그러니?"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숙모! 저예요, 혜진(가명)이요!" 중년 여성의 얼굴에 놀람과 기쁨이 동시에 떠올랐다. "어머나, 혜진아!"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사연을 듣고 함께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각각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후 서로의 소식을 알지 못했던 조카와 숙모 사이였다. 김장축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30년 만에 상봉의 기쁨을 맛보았다.
"설마 여기서 숙모를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말을 걸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요." 혜진 씨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이날의 김장축제는 이렇게 감동적인 상봉으로 더욱 특별해졌다. 참가자들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포항에서 온 한 북한이탈주민은 "거리가 멀어 오기가 망설여졌지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보니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도모례원은 신라에 불교를 최초로 전래한 아도화상이 머물렀던 모례장자의 집터에 세워진 사찰로, 불심 도문 큰스님의 뜻을 이어받은 법륜스님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김장축제는 아도모례원 김치의 맛이 소문나면서 매년 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다.
법륜스님은 "오늘 두 분의 재회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줬다"며 "앞으로도 북한이탈주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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