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전격적으로 선포한 배경으로 '부정 선거 의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에 대해 "부정 선거 의혹과 관련한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280명, 선관위에 300명
김 전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가 있어 철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이러한 조치가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쯤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에 계엄군 10여 명이 처음 진입했다. 이후 추가로 110여 명이 청사 주변에 배치됐다.
선관위는 과천 청사와 서울 관악 청사(여론조사심의위원회), 수원 선거연구원 등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을 총 3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280여 명)보다 큰 규모다.
선관위 과천 청사에 계엄군이 최초 투입된 시간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10시 23분)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10여 명의 계엄군이 들어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 감시 및 출입 통제를 했다"며 "추가 투입된 100여 명은 1층 로비 등에서 경계 작전만 실시하고 총 3시간 20여 분 동안 점거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계엄 당시 선관위에서 반출된 물품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없다"며 전산·로그 기록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계엄군이 선거 정보 선거 관리를 하는 정보관리국에 진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관리국 컴퓨터에 대한 부분은 다시 한번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부정 선거, 계엄군 직접 수사하려 했나
그간 일부 보수 단체와 유튜버들은 올해 총선 선거 개표 조작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정보관리국은 개인정보와 선거 관련 정보 등이 담긴 서버를 관리하는 곳으로 이들은 부정 선거의 핵심으로 지목해 왔다.
육사 출신의 장재언 박사는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산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공천자 기록 위변작,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중앙선관위 관계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사전투표와 본투표 차이가 15~20%가 나 대수의 법칙에 위배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피고발인 5명이 전산 조작을 한 결과"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사건을 건네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개월 수사 끝에 피고발인들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 선거와 관련한 의혹 제기는 제21대 총선 등에서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투표함 보전 요청 등 많은 조치가 이뤄졌으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회보다 더 많은 인원을, 더 이른 시간에 투입한 것은 윤 대통령이 수사 기관이 아닌 계엄군을 통해 부정 선거 의혹을 강제수사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계엄군이 여론조사를 총괄하는 여론조사심의위까지 점거한 것은 각종 지지율 조사 등 여론조사 전반도 수사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 정가의 한 관계자는 "선관위는 그간 독립적인 헌법 기관이라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지위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면서 "수사를 하려해도 대법관, 판사가 선관위원장이니 영장 발부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 선거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려면 경찰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국회가 아니라 선관위에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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