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영천시 농산물도매시장, 위탁운영법인 임원들 '현금인출기' 전락 비판

농산물 위탁수수료 수익 통해 '출자금 5배' 고액 연봉, 영천시 법인 관리감독 '손놔'
일부 주주 가족간 지분 증여로 임원 대물림, "농민들 상대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

영천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 독자 제공
영천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 독자 제공

경북 영천시 농산물도매시장이, 이를 운영하는 법인 임원들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민들에게 법정 최고 수준의 농산물 위탁판매 수수료를 적용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법인 임원들이 출자금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연봉으로 챙겨가는 등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8일 영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영천시 농산물도매시장은 1998년 개장 이후 최근까지 자본금 3억원의 A법인이 영천시로부터 수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A법인의 수익은 농민들이 출하한 농산물 거래금액 중 7%를 떼는 위탁판매 수수료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최근 4년간 위탁 수수료 내역을 보면 ▷2021년 22억1천만원 ▷2022년 24억5천만원 ▷2023년 28억7천만원 ▷올해 10월 현재 26억7천만원 등 102억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A법인이 영천시에 낸 시장사용료는 ▷2021년 1억400만원 ▷2022년 1억1천600만원 ▷2023년 1억3천600만원 ▷올해 10월 현재 1억2천600만원 등 4억8천200만원 등이다.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A법인 임원들이 매년 받아가는 연봉(급여+상여금+성과급)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A법인은 설립 당시 자본금 마련을 위해 1인당 4천300만원 정도의 출자금(지분)을 낸 7명의 주주가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이 받은 연봉은 1인당 2억3천만원 정도로 출자금의 5배가 넘는다. 운영 기간 동안 연봉을 합산하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주가운데 일부는 가족 간 지분 증여로 임원 대물림을 한 것으로 확인돼 '이권 세습'이란 비난도 사고 있다.

A법인은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포함해 재무상태 및 임원변동 등의 사항을 알리는 경영공시는 물론, 농산물도매시장 거래물량 및 가격정보 등을 제공하는 홈페이지조차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천시는 A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법 및 조례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구성만 했을 뿐, 이런 문제 발생시 '영천시장은 6개월 이내 업무 정지 또는 (위탁계약)지정 및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 조차 제대로 모를 만큼 수수방관해 왔다는 게 영천시의회 측 설명이다.

김상호 영천시의원은 "A법인이 농민들을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도록 영천시가 도와준 모양새"라며 "위탁판매 수수료 인하 및 2개 법인 경쟁체제 방안 마련은 물론 전반적 경영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시장 사용료 인상 및 위탁판매 수수료 인하 등 문제 사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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