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죽어가는 내수…소상공인들 "살아날 길 막막해"

대구 칠성시장, 주말에도 분위기 '썰렁'
시민들 "생활비 그대론데 물가만 자꾸 올라"
역대 탄핵정국 때도 내수 침체 거셌어

8일 찾은 대구 칠성시장에는 썰렁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8일 찾은 대구 칠성시장에는 썰렁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돈이 돌아야 장사가 되는데 지금은 꽉 막혀있어요. 너무 힘듭니다."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환율 상승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 경제정책들이 줄줄이 표류하면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시장 상인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 탓에 내수 부진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8일 찾은 대구 칠성시장. 옷 안을 파고드는 추위 만큼이나 시장엔 썰렁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주말 낮 시간대임에도 이미 문을 닫은 점포가 곳곳에 보였고, 장을 보러 온 시민들도 상인들에게 물건의 가격만 물어볼 뿐 선뜻 지갑을 여는 이는 없어 보였다.

과일을 보러 왔다는 신모(58) 씨는 "습관적으로 주말이면 장을 보러 온다. 옛날엔 시장에 와서 밥도 먹고 간식도 사 먹었지만 요새는 필요한 물건만 사서 곧장 집으로 간다"며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러 온 자영업자 최모(42) 씨는 "12월엔 각종 모임이 많아 늘 예약이 빡빡하게 차 있는데 올해 같은 경우엔 작년에 비해 예약이 반도 안 된다. 다들 각종 모임을 줄이거나 간단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매출이 줄어드니 원재료 값을 줄일 수밖에 없다. 오늘 상인이 '왜 이것밖에 안 사 가느냐'고 하시더라"고 했다.

역대 탄핵정국에서도 내수 침체 후폭풍은 거셌다. 지난 2016년 3%대를 유지하던 국내총생산(GDP) 민간소비 증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이 들어선 4분기부터 1%대로 주저앉았다. 2004년 3~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때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4년 1분기 마이너스 0.5%를 기록하다 4분기에 간신히 1%대를 회복했다.

칠성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박모(71) 씨는 역대 다른 탄핵정국 때보다 올해가 유난히 더 여파가 크다고 했다. 그는 "생선을 찾는 사람이 없다. 보통 추운 겨울에 생선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새는 하루에 10마리도 못 팔 때가 많다"며 "지난 탄핵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 탄핵정국은 불경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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