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시장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일부 수출 기업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원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수출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 상승, 투자비 증가 등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어 여파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 매출은 4천억원가량 증가한다. 다만 일부는 부품, 원자재 비용이나 현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상쇄된다.
지역 차부품 기업 A사 관계자는 "공급이 늘어도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 아니면 뒷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다각화 및 확장을 위해 설비 투자를 해야하는 경우 부담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해외 바이어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치 불안전성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에 본사를 둔 ICT기업 B사 대표는 "연말에 한국으로 바이어를 초청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계엄 사태 이후 모든 계획을 취소한 상태"라며 "직접 가서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계약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 업계 역시 환율 급등이 골칫거리다. 철강 기업들은 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달러로 유연탄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고환율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도 중장기적인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현장에서 지침을 내려 달라는 요청이 많이 있다"면서 "발주처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국가신인도가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에 향후 수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구상공회의소는 13일 '2024년 하반기 경제동향보고회'를 열고 지역 경제계 현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지역 기업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예정대로 경제동향보고회를 진행한다. 대내외 악재가 많은 한 해였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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