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로 대한민국 외교 시계가 멎었다. 다가오는 '트럼프 2기'와 북한·러시아 밀착 등에 대비하기 위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시기에 정치 리스크라는 '후진국형 악재'로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는 상황을 맞은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대국민 담화에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담화문을 발표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건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크고 중요한 과제"라며 "한미, 한미일, 그리고 우리의 우방과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전 내각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외교 무관여에도 국제정세 불확실성 대응에 최선을 다할 뜻을 내놓았지만, 중요 외교 현안에 대한 대응에 현실적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스웨덴 총리실은 4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최신 현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한국 방문을 연기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5~7일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2013년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사디르 자라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도 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방문해 한국형 기동헬기(KUH) 시험 비행과 생산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비상계엄 파장으로 급거 귀국했다.
남은 시간표도 문제다. 다음 달 20일이면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몇 달 내에 한미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그간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나 주미 대사를 중심으로 '현상 유지' 정도가 최선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 분야 장관들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부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의 외교 활동도 일정이 축소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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