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마을〉
겨울 숲 가, 작은 새의 날개는 깃털을 잠재우고
눈 내리는 마을에 들어가
도처에 눈뜨고 있는 잠을 감싸고 있다.
한 점의 불씨 사랑을 녹이지 못하고
낮은 지붕 위로 서성이는 바람 한 줄기,
연기 한 줌 날려 보낸다. 눈밭에서
젖은 노래 부르는 자여, 마른 가슴에 눈꽃 맞으며
맨몸을 털며 몸살 앓는 눈.
누운 자리 뒤켠에 와 머무는 웃음소리
천 근의 무게로 누르면
언덕 아래로 꿈은 부서져 내리고 있다.
오후 한때, 식솔 데리고
젖은 꿈 한 삽 퍼 말리면
공허한 가슴 가장자리에 떨어져 쌓이는 선율
눈 내리는 마을에 뿌리를 묻는다.

<시작 노트>
대구는 겨울에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도시다. 유년 시절, 눈 내리는 마을을 늘 동경했다. 겨울은 생명과 사랑을 잉태하기 위한 기다림의 계절이다. 푸른 청춘 때 보았던 영화 '닥터 지바고'의 설경과 주제곡인 '라라의 테마'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이 사랑하고 존경한 백석 시인의 '자야'라는 애칭과 함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라는 시가 태어나서 평생 만나지 못한 그들의 이별 끝자락에 '길상사'가 세워졌다. 눈 내리는 마을은 늘 꿈꾸고 생각했던 행복한 세계를 식솔들이 있기에 아름답고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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