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두고두고 먹을 저장음식으로 이탈리아식 소시지인 살라미를 직접 만드는 자연인이 있다. 그의 겨울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4년 전에 만든 하몽을 백김치볶음밥에 넣고 쌀밥 대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파스타 면을 먹는다. 자연 속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현재는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는 자연인.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로 이 편안한 일상에 더 집중하는 중이라고 한다.
자연인 리장뽈 씨는 미대에 진학해 조소과를 졸업했을 무렵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에서 마주했던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자유였다. 한없이 매력적이었던 프랑스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은 예술과 밥벌이 그 경계선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로부터 도피해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숲속으로 들어왔다.
깊은 숲 작은 컨테이너에서 조각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자연인에게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한산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은 낭만과 평화가 가득했던 프랑스 유학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그는 언제까지고 열정 가득한 청년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 이곳에서 아예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때부터 그는 작품을 넘어 인생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이름도 프랑스식으로 개명했다. 나무를 주재료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나무 오두막집을 지었다. 이곳에서 지낸 지 벌써 20년이 됐지만, 그가 하는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2층집 뒤에 서재로 쓸 오두막을 짓고, 돌을 날라다 축대 겸 화단을 만든다. 그리고 그의 일상속에 유일한 동료이자 식구인 산양 봉봉이의 겨울나기를 도와야 한다. 축사에 비닐을 두르고, 발톱도 잘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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