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리아 반군 권력 장악, 관련 4개국들 셈법 복잡

'고립무원' 이란 핵카드 고심, 러시아도 지중해 진출 봉쇄 위기
미국 '위기냐 기회냐' 관망, 튀르키예, 반군 통해 세력확장 눈독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리아 정권의 붕괴는 두 스트롱맨의 이해관계가 극적으로 엇갈린 사태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리아 정권의 붕괴는 두 스트롱맨의 이해관계가 극적으로 엇갈린 사태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미국과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등 관련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4년간 철권을 휘둘러 온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8일 해외로 도주했고, 반군은 수도 다마스쿠스를 접수하고 권력을 이양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리아는 지중해와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지정학적 중요성에 더해 중동 내 민족·종파 갈등의 중심지라는 측면까지 고려하면 향후 수립될 새 정부가 어떤 노선을 택하느냐에 따라 주변 열강들은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 상황으로 가장 난감한 입장에 처한 국가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처음 발발했을 때부터 알아사드 정권을 물심양면 지원한 이란이다.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을 연결하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연대의 한 축인 동시에, 숙적인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한 무력 투사에 중요한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에 관여했다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시리아 상황에 개입할 여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에 남은 선택지는 곧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협상을 진행하거나 마지막 자위 수단인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과 함께 알아사드 정권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역할을 해 왔던 러시아 역시 시리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국가로 거론된다.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는 시리아 타르투스는 러시아군이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다.

미국은 13년 전 '아랍의 봄'을 타고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리비아에서 다시 내전이 발발, 불량국가로 전락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반면, HTS(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를 비롯한 친(親)튀르키예 성향 반군조직들의 승리로 시리아 내전이 사실상 마무리되자 튀르키예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지원한 반군조직이 승리에 기여하면서 인접국 시리아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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