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연말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각종 송년회와 모임도 탄핵 분위기 탓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인들은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커지면서 공공기관에서도 최대한 연말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역의 한 구청 관계자는 "관변단체와 함께하는 송년모임을 예정대로 진행은 하지만 식사만 하고, 술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특별한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각자 조심하자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했다.
연말모임이 취소되면서 대목을 앞둔 식당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구 북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작년에도 평소보다 연말 손님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더 심하다. 토요일 같은 경우엔 벌써 예약이 다 차야 하는데 아직 많이 비어 있다"며 "회사의 회식 분위기도 많이 사라져 식사는 하더라도 술을 찾는 손님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의 고깃집 점주는 "연말이라고 해서 고기를 넉넉히 준비해뒀는데 막상 매출이 시원찮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보다는 덜하지만 전국적으로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코로나19 때처럼 불황이 장기화 될까 봐 걱정이 크다. 내년을 넘어가면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탄핵집회가 열리는 대구 동성로에서 장사를 하는 업주들은 다른 곳보다 피해가 더 크다고 호소했다. 한일극장 인근의 프랜차이즈 식품업체 관계자는 "집회가 열리는 시간에는 출입문이 사실상 막혀서 매출이 뚝 떨어진다. 집회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절반도 안 된다"며 "피해를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함이 크다"고 밝혔다.
대구에 살고 있는 50대 박모 씨는 오는 14일 친구들과 송년모임을 대신해 동성로에서 열리는 탄핵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는 "집회에 참여한 뒤 인근 카페로 이동해 친구들과 근황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주말에 집회를 열다 보니 동성로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 집회도 사람이 워낙 많아 무질서한 데다 소음 피해도 영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업주들이 직접 나와 가게 앞 인파를 정리하기도 한다"며 "집회 취지에는 공감하는 만큼 상인들을 배려하는 집회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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