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본에서는 곡식을 구할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갓 태어난 아기를 없애는 '마비키'(間引き) 풍습이 있었다. 식구(食口)를 줄이기 위한 비정하고도 원시적인 생존 전략이다. 또한 늙은 어머니를 산속에 버리는 '우바스테야마'(姥捨て山) 설화도 있다. 이 같은 인간의 비극적 생태를 그린 영화가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이 1980년대에 개봉한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이다. 여기서 노모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을 버리러 온 아들을 걱정하는 숭고한 모정(母情)을 보여 주고 있다.
자식을 위한 희생에는 부정(父情)도 있다. 조창인의 장편소설 '가시고기'는 새끼들의 생장을 위해 온몸을 내어 놓는 가시고기 수컷의 삶을 원용해 가이없는 부성애를 그리고 있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헌신(獻身)이 눈물겹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불거지는 비정한 모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갓 태어난 아기를 버리거나 방치해 숨지게 하는 미혼모와 이혼녀가 있고, 생활고 때문에, 또 배고프다고 칭얼댄다는 이유로 어린 자식의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미운 남편만 따른다고 다섯 살 아들을 욕조에 익사시킨 엄마도 있다. 이런 이기적이고 가학적인 모성이 섬뜩하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혼외자 출산 논란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이가 친자인 것은 인정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화두가 새로운 풍속이 되는 것일까. '양육비 지원 등 친부(親父)로서의 역할에는 간접적으로나마 충실하겠다'는 발언에도 반응이 엇갈린다. 기성세대의 시각은 당혹스럽다. 상대가 원하지 않은 아이의 출산 의도부터가 못마땅한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공개적으로 응원한 일론 머스크가 민주당 지지에서 보수인 공화당으로 돌아선 것이 트랜스젠더 자식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들의 여성 성전환과 개명(改名)을 좌파 사상의 오염 탓으로 봤다는 것이다. 수백조원을 가진 슈퍼 아버지의 아들을 지키려는 비장한 부정도 속수무책인 세상이다. 비정(非情)과 비장(悲壯)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문가비와 정우성의 모정과 부정이 저출산 위기의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가족 관념 형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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