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 안정 없으면 증시 폭락은 시간문제

우려했던 대로 9일 증시가 열리자 개인들은 투매(投賣)에 가까운 팔자 행렬에 동참했고 기관들이 지수 방어의 전면에 나섰다. 외국인들은 미미하지만 매도 우위에서 관망세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 이후 첫 거래일을 맞으면서 지수 급락이 예상됐으나 대폭락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문제일 뿐 투자자들이 용인할 정도의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불확실성에 기인한 증시 붕괴는 시한폭탄처럼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2,360을 턱걸이했고, 코스닥도 5% 넘게 급락하며 두 지수 모두 연저점을 찍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끝나면서 수습 국면으로 들어갔지만 대통령 퇴진을 둘러싼 정치 갈등으로 시장은 불안에 잠식됐다.

당국은 관련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 즉시 가동 준비"를 언급했고,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 방안도 이달 발표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밸류업, 공매도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금융 부담 완화, 실손보험 개혁 등을 일정과 계획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금융의 외화유동성 공급 등 필요한 조치들이 적기(適期)에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적극 개입에다 증시가 저점 부근까지 내려간 점을 감안해 무작정 투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정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원유 시추, 부동산 정책, 수출 주도 방위산업 관련 종목은 당분간 저조하겠지만 상승세로 돌아선 조선이나 미디어, 플랫폼 등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관측이 힘을 얻고 증시 전반에 온기가 돌게 하려면 정치 안정이 급선무다. 안정화기금을 투입했다가 증시가 폭락하면 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휘발성(揮發性) 기금으로 오래 버틸 수도 없다. 정치적 이해 당사자들이 수읽기를 하는 동안 경제는 나락(那落)으로 떨어진다. 국민들의 피눈물을 두고 무모한 도박판이 벌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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