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연구개발(R&D)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폐지된다. 이에 따라 R&D 분야 예산 반영에 필요한 기간이 2~3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 정부는 맞춤형 심사 등을 도입해 예산 누수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의결했다고 밝혔다. 먼저 국가재정법 개정안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과 '연구개발 수행에 필수적인 건설공사'를 예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와 과기정통부는 공동으로 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이달 중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에 법 개정안이 국회 심사를 통과할 경우 하반기부터 새로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타 제도는 미래 수요(편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타당성을 평가하는 제도지만 R&D는 불확실성이 큰 분야여서 예타 제도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R&D 예타에 평균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돼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투자를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은 R&D 예타 폐지 이후, 보완방안으로맞춤형 심사제도 실시 등을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R&D 예타 폐지에 따른 재정 누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초·원천 연구 등 연구형 R&D 사업은 '사전 기획점검제'를 거쳐 다음 해 예산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대형 가속기 구축과 우주발사체 등 구축형 R&D 사업은 실패 시 매몰 비용이 막대한 점을 고려해 사업 유형과 관리 난이도에 따라 차별화된 심사 절차를 적용하는 맞춤형 심사제도가 도입된다.
R&D 요소가 없는 단순한 장비 도입도 신속심사를 적용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관리가 복잡한 대형연구시설구축, 체계개발과 같은 경우는 단계적으로 심사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변화 등에 따라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계획변경심사를 통해 유연한 사업 추진이 가능케 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R&D 예타 조사 폐지로 선제적 기술 확보 및 경쟁력 강화를 적기에 집중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이를 통해 국가의 혁신을 견인할 AI(인공지능)-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 개발 및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미래성장동력인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 등을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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