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수출강국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들이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하방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당국에 전했다. 미국의 관세정책 강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정치적 갈등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수출증가율은 최근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며 1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으나 증가 폭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수출 증가율은 올 1월(18.2%)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 7월(13.5%)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면 한국의 대(對)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도 약 0.1∼0.2%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경북의 경우 올해 들어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대구(-19.9%)와 경북(-1.5%)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대구의 연간 수출액 규모는 10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지역 수출은 지난해 110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0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다시 3년 전인 202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지역 산업계 피해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성서산업단지 내 직물업체 A사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가 대금 결제를 미루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외신에 비춰지는 한국의 상황이 '파산'에 가깝다는 인식도 있다"면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데 정치인들이 기업을 어렵게 해서 되겠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정국이 과거 두 차례 탄핵 당시와 비교했을 때 더 상황이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를 고려하면 정치권 인사들이 손익을 따질 여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이전에 탄핵정국에는 경제가 상승세였다면 지금은 성장 여력이 확연히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여러 지표가 있지만 내수소비가 축소되는 경향이 특히 뚜렷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도 현실화 되는 단계다. 올해 우리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것은 결국 기업들이 그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우리 경제의 주축인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온 국민이 정치 불안으로 인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냉정한 대처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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