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임진다는 말도 못하는 조직 수장? 뻔뻔하고 창피"…지휘부 향한 경찰 불만 거세

"부대원들 죄 없다"는 軍…입 무거운 警지휘부
면피성 행정 문화 확산 우려…조직 회의론까지 등장
'조지호 청장 사퇴 촉구' 현직 경찰 1인시위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지난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지난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죄 혐의로 고발된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조직 내부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비상계엄에 병력을 움직였던 군 지휘부가 잇따라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부대원들을 보호하고 나선 것에 반해 경찰 지휘부는 '면피성 변명'만 일삼는다는 비판이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동 임무를 맡았던 김현태 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은 지난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707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부대원들은 죄가 없고,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도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내 책임이니 국회에 투입됐던 부하들에게는 책임이 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반면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사령관 요청에 국회 통제를 했고 내란은 아니라는 답을 내놓는 것에 그쳤다. 같은 날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은 국회 출입 통제에 대해 "상명하복에 충실한 경찰관으로서 정당한 지시라 판단했다"면서도 책임을 지고 사직해야 한다는 요구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이 상반되는 군경 지휘부의 모습에 조직 내부에서 여러 비판이 쏟아졌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서 한 경찰은 "경찰 지휘부 중에서 국회에 투입됐던 기동대원들은 죄가 없다고 말해주는 이가 한 명도 없다"며 "군 지휘부가 부대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똑똑히 보라"고 꼬집었다.

다른 경찰은 "앞으로 면피성 행정 문화가 당연한 분위기가 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한순간 청장의 오판으로 인해 경찰 조직이 내란에 동조했다는 오명을 쓰게 돼 허탈하다"며 "경찰은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앞으로도 발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판 여론은 지역에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 일선서 직원 A씨는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지만 공무원행동강령과 경찰법에 따라 부당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다"며 "계엄 당시 급박한 상황이라 해도 국회를 막으라는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서 직원 B씨는 "대구는 국회 투입 등 직접 동원된 인력이 없어서 젊은 직원 사이에서 큰 동요는 없지만,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경찰 전체가 도매급으로 비난 받는 현실은 안타깝다"며 "조직이 난국에 휩쓸리지 않도록 수장이 적절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현직 경찰이 1인시위에 나선 지역도 있다. 류근창 마산동부경찰서 경비안보계장은 9일 조 청장 사퇴·직위해제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류 계장은 "계급장이 주는 무게는 '잘못하면 자기 부하보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책임감 없는 경찰 지휘부가 너무 뻔뻔하고 창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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