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정국을 틈타 상속세 개편을 무산시킨 데 이어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경제계 안팎에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법인세법 등 10개 법안이 원안 가결됐으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대기업 등 최대주주가 주식 상속 시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평가액 20%를 더 과세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기업 승계의 어려움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하던 세제 개편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다. 과도한 상속세율로 승계를 포기해 폐업으로 이어지거나 국내 기업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등 부작용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으로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세 경영인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상법 개정을 계속 추진한다. 내란 사태 때문에 예정돼 있었던 재계 투자자들과의 정책 디베이트가 취소·연기된 바 있는데, 다시 일정을 잡아서 추진하려고 한다"며 "이번 연말 이전에라도 (정책 디베이트 등을 열고 상법 개정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민주당이 개최할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안 정책 토론회'는 취소된 바 있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핵심인 상법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상법 개정의 핵심인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중대 결정을 내리는 이사들의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경영권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액주주와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과 소송전을 벌이는 일이 잦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 발의해 주주 보호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법은 적용 범위가 넓은 일반법으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상법개정안보다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이 먼저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 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보면 '공정한 합병가액'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합병 시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상법개정안보다 훨씬 더 현실성 있는 조치"라며 "상법 개정보다 원전사업, 반도체 등 우리 경제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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