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내려진 계엄령여파로 대구 숙박·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성수기인 연말 특수를 누려야 할 시기, 높아진 국내 불안정성에 지역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찾은 대구 내 여행사와 숙박업소. 대부분은 나와 있는 손님 하나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연말을 맞아 한창 여행 관련 문의가 들어와야 할 시기, 업계 종사자들은 지난해와 지난달보다 문의 오는 건수가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연말 특수를 누린다는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개중에는 계엄이 선포된 당일부터 하루 이틀간 손님들이 취소 문의를 해왔다는 업주도 있었고, 계엄령 관련 뉴스를 접한 외국인들이 SNS로 괜찮느냐는 안부 연락을 해왔다는 이도 있었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황모 씨는 "지금쯤이면 내년 봄 여행 문의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국내외 할 것 없이 연락이 거의 오지 않고 있고, 지난달에 비해 문의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며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공무원 단위에서도 내년 2월까지 있을 연수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들었다. 상황이 어려워 문 닫는 여행사도 많이 나올 것"이라 말했다.
다른 여행사 종사자 김모 씨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서 고속버스 대절 같은 경우에도 30~40% 정도 줄어든 것 같다. 안 그래도 경제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계엄령은 불난 곳에 기름 부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른 여행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들었다.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가 다들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은모씨는 "며칠 전 숙박업주들끼리 모임이 있었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손님이 20% 이상은 감소했다고 입을 모으더라"라며 "지난주 일요일부터 객실 예약 수가 확연히 줄었고, 출장 손님도 줄어들었다. 심리적 불안감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허모씨는 "12월 중순 대학교 기말고사가 끝날 때쯤 성수기에 들어가는데 현재 신규예약이 없다. 원인은 현재 시국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인 방문객 비율이 60% 정도 되는데 한국이 여행주의국가로 분류돼 그런지 외국인 예약률이 떨어졌다.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여행사의 경우에도 지난 일주일간 환율이 너무 올라서 예정된 결제금액에서 60만원을 초과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계엄 선포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탓이라 꼬집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엄령 이전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몇 안 되는 국가일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았다. 계엄 사태가 이를 더 악화시켰다"라며 "여행 주의국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전시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경우인데, 이는 타국이 봤을 때 한국이 자국민을 보내기에 신뢰하기 어려운 국가가 됐다는 것"이라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의 중요한 역할은 자국민 보호다. 여행 주의국 분류는 계엄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적 과정이 국제 사회에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정치적 안정을 꾀하는 것이 국가 경제뿐 아니라 국민의 심리나 국제 사회로부터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사태 해결에는 수 개월이 걸릴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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