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生則死 死則生)
지금도 온 국민이 존경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세계 해전사(海戰史)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명량대첩에 나서기 전 병사들의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떠올리는 경구(警句)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과 국정 최고 책임자 공백 사태 등 사상 초유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살 궁리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오전 사전 녹화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이날 윤 대통령의 사실상 '최후 변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련의 사태를 지나오면서 가장 얄팍한 밑천을 드러낸 집단은 여당이다. 탐욕에 눈이 멀어 앞뒤 재지 않고 '뜨거운 감자'를 입안에 넣었다가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면서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미국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군대를 움직인 우리 정부를 향해 '우리가 혈맹이 맞느냐?'고 반문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를 향하던 국격은 추락했다. 당장 내년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핵심 인사는 "이번에 밀리면 원내 의석 17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게 되고 나아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판단에 '버티기'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코미디다. 이미 대한민국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차기 대통령'이 임기 동안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기록하기 힘든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 국민의힘의 한계는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정국 혼란 속에서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들은 '국민'과 '교과서'를 기준으로 삼아 처신하기보다 당내 '반개혁 세력'의 처세술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중진과 초재선 의원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처한 조건이 다르다. 새봄이 오면 다시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사람들이 올해 수확한 먹거리만 소화하고 농사를 접겠다는 이들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놀아났다.
여당 지도부가 궁여지책(窮餘之策)이라고 핑계 대는 '버티기'에 대한 심판을 두고두고 받을 이들은 보수 정당의 정치 신인급 인사들이다.
의회가 군홧발에 짓밟혔는데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소장파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세가 기울면 경쟁하듯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모두 기록되고 있다.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고 살고자 했다. 죽어서 살겠다는 용단도 없었다. '정치는 현실이고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며 '일반인은 모르는 정치공학이 있다'고 시건방을 떨었다. 충무공의 말대로 될 것이다.
야당에선 '피해자 코스프레'가 한창이다. 현직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지만 야당도 그동안 국정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탄핵을 통해 현직 대통령이 물러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시중의 거부감이 여당의 무리수를 이끈 동력이라는 분석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태 초기에는 조기 수습을 위해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여당의 탄핵 참여를 촉구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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