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노통브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바치는 빛나는 애도이자 헌사와 같은 작품이다. 소설은 1964년 콩고 인민 공화국의 인정을 요구하는 반군이 스텐리빌의 한 호텔에서 인질 1천 5백 명을 대상으로 벌인 20세기 가장 큰 규모의 인질극 한가운데,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파트리크 노통브가 활약한 실제 일화를 소재로 가져왔다.
소설은 파트리크 노통브가 머리에 들이밀어진 총구 앞에서 지나온 삶의 풍경을 회고하면서 시작된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 그가 돌아보는 인생은 폭력과 사랑, 농담과 눈물, 그리고 찬란할 정도로 강력하고 격렬한 생명력 그 자체로 가득 차 있다.
파트리크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 살았다. 군인이던 아버지가 지뢰 폭발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자신을 거부하듯 밀어내는 어머니를 향한 편집증적인 사랑, 아버지의 부재와 결핍 속에 성장해야 했다. 여기에다 자신의 아버지가 나고 자랐던, 노통브 가문이 거주하고 있는 퐁두아 성에서 보낸 괴이하고 난폭한 유년 시절의 경험도 더해진다.
노통브는 이 같은 기억들을 특유의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와 유머로 그려내면서, 웃음이 날 정도로 부조리한 폭력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08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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