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 월드컵 개최지 이변없이 사우디…중동 더위 탓 겨울에 열릴 수도

2002년 2022년 이후 아시아 세 번째…유럽·인권단체 등은 반발

2034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확정된 사우디아라비아. EPA=연합뉴스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결정됐다. 2002 한일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로 아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

FIFA는 11일(현지시간) 211개 회원국이 화상회의로 참가한 임시 총회에서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2030년 개최지는 지난해 10월 평의회에서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것으로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다.

2034년 사우디 개최도 FIFA 의결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공동 개최 의사를 밝힌 호주·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가 사우디 지지를 선언하자 호주가 대회 유치에 발을 빼면서 사우디가 단독 후보가 됐다.

대륙 안배 관례에 따라 2034년 대회 개최 후보지는 오세아니아와 아시아로 좁혀진 상태에서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유치전에서 빠지게 된 만큼 인판티노 회장이 언급한 2034년 '아시아 개최국'은 사우디뿐이었다.

여성 인권, 언론 탄압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사우디가 축구를 '스포츠 워싱'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FIFA는 결국 사우디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노동 인권 및 스포츠 책임자인 스티브 콕번은 "적절한 인권 보호가 마련되지 않은 채 2034년 월드컵 개최권을 사우디에 주기로 한 FIFA의 '무모한 결정'은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풋볼서포터스유럽그룹은 "축구가 진정으로 그 정신을 잃은 날"이라고 밝혔다.

보통 월드컵은 여름인 6∼7월에 개최되지만, 중동의 더위 때문에 사우디 대회는 겨울에 치러질 전망이다.

역대 최초로 중동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도 비슷한 사정 탓에 그해 11∼12월 치러졌다.

다만, 사우디는 이미 2034년에 하계 아시안게임도 유치해 11월 29일부터 12월 14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라 월드컵은 연초인 1월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

2034년 2월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막한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크리스토프 두비 수석국장이 이달 초 "현 단계에서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을 병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상업적인 측면을 포함한 모든 관점에서 볼 때 사실상 위험은 없다"고 밝혀 사우디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겨울은 프로축구 시즌이 한창인 나라가 많아서 한 달 보름 가까이 시즌을 중단해야 하는 유럽 등을 중심으로 일정에 대한 반발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