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용모의 영혼의 울림을 준 땅을 가다] 무굴제국의 심장 라호르

인도-파키스탄 국경의 문이 열리며 군인들이 철문을 사이에 두고, 여행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국기하강식이 이루어지고 철문이 닫히게 된다.
인도-파키스탄 국경의 문이 열리며 군인들이 철문을 사이에 두고, 여행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국기하강식이 이루어지고 철문이 닫히게 된다.

◆ 파키스탄과 인도의 흥겨운 국경 국기 하강식
라호르에서 24km떨어진 1시간 정도거리에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이 나온다. 라호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와가(Wagah)국경의 국기하강식이다. 이곳은 매일 오후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이 닫히면서 국경폐쇄 의식을 하는데, 양국의 군인들과 시민들이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이 흥밋거리다.

국기하강식에 참석하기 위해 와가보더로 들어가는 길은 5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나며, 체크포인트에서는 계속해서 차량, 소지품 검사 등 보안이 철저하다.
국기하강식에 참석하기 위해 와가보더로 들어가는 길은 5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나며, 체크포인트에서는 계속해서 차량, 소지품 검사 등 보안이 철저하다.

그 생생한 현장 국기 하강식에 참석하기 위해 와가 국경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권을 소지하고, 5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나야 한다. 여기에서 차량, 소지품 등 보안검사를 받는다. 마지막에는 차에서 내려 10분정도 걸어가야 한다. 행사시작 약1시간 전에 도착하면, 군인들이 자리를 배정하여 안내한다.

1959년부터 시작된 국기 하강식은 매일 일몰 전 5~6시경에 진행한다. 양국 군인들의 힘찬 세리머니로 팽팽한 긴장감, 자존심 싸움 등을 엿볼 수 있다. 매일 수백 명의 관중들이 국기 하강식에 참석하여 뜨거운 열기의 행사를 즐긴다.사람들이 관람석을 어느 정도 채우자, 식전행사처럼 서로 질세라 두 국가 간의 기세싸움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사람들이 관람석을 채우자, 국기를 든 사람이
사람들이 관람석을 채우자, 국기를 든 사람이 '파키스탄 진다바드(만세)!'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켜 두 국가 간의 기세싸움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국기든 사람이 등장해 분위기를 고무시킨다. 깃발을 흔들며 '파키스탄 진다바드(만세)!'를 외치며, 장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양국의 응원 열기는 점점 더 거세진다.이윽고 나팔소리와 함께 국경 문이 열리고, 국기하강이 시작된다. 멋지게 제복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등장하며, 팔과 다리를 높게 치켜드는 과장된 걸음걸이와 땅바닥을 발로 차는 동작이 익살스럽다.

행진이라는 의미보다는 퍼포먼스적인 성격이 강한 걸음이다. 붉은 모자와 검은색 정복은 행사의 근엄함과 화려함을 더해준다.행진을 함과 동시에 양국의 응원 열기 또한 환호와 흥분의 도가니로 뜨거워진다. 양국 국경의 문이 열리자 인도-파키스탄 군인들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진다. 국경에서 서로의 국경을 향해 몸을 스치며 행군을 이어나간다. 발을 머리까지 올리며 서로를 향해 전진하고,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그들만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국기 하강식장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보안이 철저하지만 현장의 군인들은 친절하게 자리를 배정해 안내한다.
국기 하강식장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보안이 철저하지만 현장의 군인들은 친절하게 자리를 배정해 안내한다.

여행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서로 국기를 내리고, 철문이 닫히게 된다. 아마도 이렇게 흥겨운 국경은 세상에 없을 것 같다. 여행자에게 국경은 흥겨운 축제의 장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독립 후 종교적인 이유로 분리된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단의 현장이다. 그들이 함성을 외치고, 그곳을 고집하는 이유는 오직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뿐인 것 같았다.

긴장감이 맴도는 국경지대에서 축제 같은 분위기로 펼쳐지는 국기 하강식 현장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우리도 남북 간의 긴장된 현실에서 이런 퍼포먼스로 간극을 좁혀 가면 어떨까?

파키스탄에서 간다라 미술유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라호르 박물관에는 이슬람, 자이나, 힌두, 불교의 유적들이 수집되어 있다.
파키스탄에서 간다라 미술유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라호르 박물관에는 이슬람, 자이나, 힌두, 불교의 유적들이 수집되어 있다.

◆ 싯다르타 고행상의 라호르 국립박물관
간다라의 금식 부처님 전시로 유명한 라호르국립박물관(Lahore National Museum)은 파키스탄 정부의 공인 투어 가이드와 함께 박물관투어를 즐겨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은 1865년 영국식민지시대에 설립되었다. 간다라 시대의 불교 예술, 이슬람 유물, 서예, 고대 필사본, 무기, 의상 및 보석류의 희귀하고 최상의 컬렉션과 함께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단면을 볼 수 있다.

라호르박물관은 파키스탄에서 간다라 미술유적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전시유물을 60,000점이나 보유한 가장 큰 박물관이자, 관람객이 제일 많이 방문한 박물관 중 하나다. 8개의 전시실에 간다라 불교미술과 인더스강 유역의 출토품, 쿠산왕조의 무굴제국, 영국 통치시대의 예술품으로 가득하다.

뼈와 가죽만 남고 혈관이 간신히 뼈에 붙어 있는 신다르타 고행상은 신체표현을 극도로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간다라 미술의 전형이다.
뼈와 가죽만 남고 혈관이 간신히 뼈에 붙어 있는 신다르타 고행상은 신체표현을 극도로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간다라 미술의 전형이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불상이 전시된 간다라 관이 압권이다. 파키스탄 삼대 보물중 하나인 84cm×53cm 아담한 크기의 싯다르타(Siddhartha)고행상은 라호르 박물관의 상징이자 간다라 불상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유명하다. 고행의 아픔이 처절할 정도로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다.이 외에 검 종류, 창, 의상, 장신구, 석기, 포, 나팔, 투구, 활 등과 대형 빅토리아 여왕 상, 대리석으로 만든 불상의 조각이 소장되어 있다. 그 밖에도 이슬람교의 회화와 불교의 만다라 그림이 다양성을 보여준다.

불경에 따르면 고행의 결과 싯다르타의 몸은 뼈와 살가죽만이 남아 배와 등이 달라붙었고, 손으로 배를 만지면 등뼈에 닿았다. 또한 손으로 팔다리를 문지르면 뿌리가 썩은 몸의 털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행상은 경전에 묘사된 싯다르타의 모습을 경전 이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라호르 기차역은 포탑과 삐죽삐죽 솟은 탑, 낡은 측면 벽, 도시에서 접근하는 도로를 따라 요새화된 중세 성처럼 보인다.
라호르 기차역은 포탑과 삐죽삐죽 솟은 탑, 낡은 측면 벽, 도시에서 접근하는 도로를 따라 요새화된 중세 성처럼 보인다.

◆ 중세의 성 같은 라호르 기차역
여행의 낭만하면 기차가 아닌가. 그런데 라호르도착 전부터 파키스탄 기차표 예매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고, 앱은 파키스탄 국적으로 변경을 해야 설치가 되어, 현장에서 기차표를 구입하려고 역으로 릭샤를 타고 달려갔다.영국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라호르 기차역은 시내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의 주요 출입구역할을 한다. 이 역은 통근자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을 제공하며, 비즈니스, 관광, 순례 및 교육을 위해 라호르와 먼 지역으로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한다.

라호르 역은 포탑과 삐죽삐죽 솟은 탑, 낡은 측면 벽, 도시에서 접근하는 주요도로를 따라 소총과 대포사격을 위한 요새화된 중세 성처럼 보였다. 두꺼운 벽, 포탑, 구조물을 방어하기 위해 총과 대포 발사를 위한 구멍이 있는 중세 요새모습을 하고 있다. 이 역사건물은 파키스탄 원주민반란에 맞서 영국군대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던 시기인 1857년에 지어졌다.

완행열차는 낡고 스산하기까지 한 2층 쿠페형으로 익숙한 탑승자들은 제각각 목적지를 향해 자리하고 있다.
완행열차는 낡고 스산하기까지 한 2층 쿠페형으로 익숙한 탑승자들은 제각각 목적지를 향해 자리하고 있다.

대합실에 들어서면 매표소, 역무실, 대기실, 매점이 보인다. 라호르 기차역에는 11개의 플랫폼이 있으며, 모두 강교로 만들어진 육교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승객은 다른 플랫폼에 가기위해 선로를 가로질러 플랫폼을 연결하는 육교를 이용하여 도보로 선로를 건너야 한다.건물내부는 고딕양식의 아치로 구성되었다. 넓은 지붕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영국인들은 아치를 매력적으로 사용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딕양식 아치와 평행한 벽은 석조물로 세워졌다. 이 대조적인 색상과 건축방식은 플랫폼이 웅장하고 우아한 외관을 보여준다.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해 파키스탄 북부지역을 크게 돌아 라호르에 이르는 길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여행의 압권은 지구의 지붕을 이루는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 산맥과 파미르고원이 만나는 북부지역이었다.

그 산맥 깊은 곳에 숨어있는 마을이야말로 지구의 마지막 샹그릴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려한 자연풍광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들을 벌써 보고 싶다.아름다운 자연도 사람이 있으므로 빛을 발한다. 험준한 산맥에 둥지를 튼 훈자, 파수, 미나핀 등이 모두 그랬다. 자연도 역사도 모두 사람 속에 녹아 있었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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