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철권통치가 종식된 이후 권력 공백 상태를 틈타 주변국들의 세력확장이 노골화하고 있다.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 관여해온 미국과 튀르키예, 이스라엘은 각자 셈법에 따라 전략 요충지 확보, 쿠르드족 견제, 권력 재편 등 이익 추구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세의 개입으로 시리아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아사드 정권의 급격한 붕괴로 미국과 튀르키예, 이스라엘이 세력을 키우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서 시리아국가군(SNA) 등 반군 단체를 지원해온 튀르키예가 가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부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가 자국 내 분리주의 성향의 쿠르드족과 손잡고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고 경계해왔다. 때문에 반군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쿠르드족 무장세력에 대한 타격에 나섰다.
이스탄불 싱크탱크 경제외교정책센터(EDAM)의 시난 울겐 소장은 "튀르키예의 최우선 과제는 시리아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쿠르드 자치구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이런 행보가 미국과의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수니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IS 격퇴전이 사실상 끝났으나 미국은 잔당 소탕과 재기 방지를 이유로 시리아에 소규모 병력과 군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내 전략 요충지인 시리아에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8일 곧바로 시리아 중부의 IS 기지를 공습하며 친미 무장세력인 쿠르드족 민병대에 힘을 싣는 무력시위에 나섰다. B-52, F-15, A-10 등 공군 자산을 동원해 75개 이상 표적에 대한 140차례 공습을 가했고 시리아 반군 단체에는 어떤 식으로든 IS를 돕지 말라는 경고도 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튀르키예가 테러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미국은 IS와 싸우기 위해 SDF와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도 권력 지형 재편을 노리고 있다. 시리아의 혼란이 이란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향후 들어설 시리아 정권의 힘도 뺄 기회라고 보고 며칠 동안 시리아 정부군의 전략 무기가 남아있는 군사시설 350곳에 폭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은 또 시리아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점령지인 골란고원 완충지대로도 병력을 이동시키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리아 새 정권과 관계를 맺기 원한다"면서도 "만약 새 정부가 이란이 시리아에 세력을 재건하도록 허용하거나 이란의 무기를 헤즈볼라에 이전해 우리를 공격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시리아 무장단체 전문가 브로데릭 맥도널드는 이런 상황이 미국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리아가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여러 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더 큰 분쟁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외세의 개입으로 시리아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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