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 담화 폭탄에 여당 계파 갈등 격화…韓, 尹 제명·출당 추진

12일 의원총회에서 한동훈·친윤 간 공개 설전
당내 탄핵 찬성 분위기는 더욱 고조…14일 표결로 탄핵 가결 유력
韓, "대통령직 수행할 수 없다는 점 더욱 명확" 강조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2일 긴급 대국민 담화가 가뜩이나 친윤(윤석열)계와 친한(한동훈)계 간 고조되던 갈등 전선에 불을 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은 이날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 크게 비판하면서 여당 내 탄핵 찬성표는 급격히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강하게 지적하며 '대통령 출당·제명'까지 언급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담화에 앞선) 오전에 윤 대통령 직무 정지를 위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는 말씀을 국민께 드렸다"며 "대통령이 당초 당과 국민에게 얘기한 것과 달리 조기 퇴진 등 거취에 관한 사항을 일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며칠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나아가 방금 대통령이 녹화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대국민 담화를 했다"며 "내용은 지금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좌중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그만하고 내려오라", "사퇴하라" 등 고성이 친윤계 의원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출신 강명구 의원(구미을)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이)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씀인가"라고 따졌고 한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의도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임종득 의원(영주영양봉화) 등은 한 대표에게 발언을 중단하고 연단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하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한 대표는 "이제 분명히 우리 생각과 입장을 정해야 할 때"라며 "담화를 못 보고 온 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오라"며 대응했다.

이에 이상휘 의원(포항남구울릉)이 "우리는 중차대한 변곡점에 있고 오늘 국민의힘이 새로 발전된 길을 가기 위한 원내대표 선거를 하는 자리"라며 "대표는 여기에서 주관적 입장을 말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철규 의원이 "의총에서 의원들과 상의를 하고 그런 결정이나 발표를 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에 맞다"고 거듭 지적하자 한 대표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용납하지 못할 대통령 담화가 나와 대통령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 데 당이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뒤 연단을 내려갔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당내에서는 탄핵 찬성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친한계 진종오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국민에 반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한지아 의원도 "우리 선택이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교정해야 한다. 이번주 토요일 표결에 반드시 참여해 바로잡겠다"며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뜻을 내놨다.

야당이 발의한 2차 탄핵안이 표결될 14일 친한계 및 비윤계 의원 20여 명 가운데 찬성표가 상당수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탄핵 찬반을 떠나 표결 자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원도 적지 않아 2차 표결에서는 의결 정족수 부족에 따른 부결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가 나온 뒤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 명확해졌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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