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처롭고도 사랑스러운 세자매의 성장기

베네치아영화제 2관왕 '파라다이스' 18일 개봉

영화
영화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 속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제공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Paradise Is Burning)은 애처롭고도 사랑스러운 위기가정 세자매의 성장기를 그린다.

미카 구스타프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아이들은 이웃집에서 세제를 훔쳐 빨래하고 헤어드라이어가 없어 다리미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린다.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고, 그마저도 유통기한이 지나 식중독에 걸리곤 한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하루아침에 가장이 된 큰언니 로라(비앙카 델브라보 분)는 두 동생을 먹여 살리려 동분서주한다.

뻔뻔함과 거짓말, 도둑질이 그의 장기다. 동생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할 준비도 되어 있다.

어느 날 스웨덴 사회복지국이 가정 방문을 예고하면서 세자매는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한다. 로라는 엄마인 척 연기해줄 어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어른에게서 버림받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2005)가 떠오르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상반된다. 청량한 영상미와 빠른 비트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가 어우러져 내내 밝은 인상을 준다.

세자매는 이토록 비참한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명랑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활달하다. 친구들 앞에서 주눅 드는 법도 없다. 든든한 장녀 로라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로라는 동생을 괴롭히는 아이에게 달려가 흠씬 두들겨 패준다. 당장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지만, 동생의 첫 월경 축하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동생들은 큰언니의 울타리 안에서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린다. 로라가 동생들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자잘한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보면서도 그가 대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로라 역의 델브라보를 비롯해 둘째 미라를 연기한 딜빈 아사트, 막내 스테피 역의 사피라 모스버그는 모두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탁됐다.

배우 경험이 없던 세 사람은 2∼3개월간의 워크숍으로 연기를 배우고 친자매처럼 가까워졌다.

제80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은 오리종티상 감독상과 40세 이하 작가상 각본상 2관왕을 차지했고 구스타프손은 단번에 유럽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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