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광역철도(이하 대경선) 개통 첫날인 지난 14일 오후 구미역. 비수도권 첫 광역철도인 대경선이 이날 오전부터 운행을 시작한 가운데, 승강장에는 대구로 향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5일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대경선은 구미~대구~경산을 연결하는 총연장 61.9㎞ 철도노선이다. 사업비 2천92억원(국비 1천464억원, 지방비 628억원)을 들여 2019년 4월 착공해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구미역 대경선 플랫폼에는 '설렘반 기대반'으로 오후 2시 2분 열차를 기다리는 이용객 150여 명이 10여분 전부터 줄을 서 대기했다.
열차가 도착하자, 바쁘게 탑승하는 승객들 사이를 따라 기자도 함께 차내로 들어섰다. 옆자리에 앉은 대학생 이모(28)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에서 출퇴근 시간 지하철을 탄 줄 알았다"면서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대경선 개통으로 교통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대구와 구미를 예약 없이 편하게 오가며 내게 필요한 서비스를 보다 쉽게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운임은 구미역 출발 기준으로 서대구 2천400원, 대구 2천500원, 동대구 2천500원, 경산 2천800원이다. 대구광역권 지자체 대중교통 환승 시 기본운임의 50% 할인(성인 750원, 청소년 430원, 어린이 200원 등) 혜택이 있다. 구미~대구 구간 열차 기준으로 무궁화호(3천원), 새마을호(4천800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날 구미역에서 출발한 대경선 열차(총 2량)는 사곡역‧왜관역을 거치면서 대구로 향하려는 승객으로 금세 가득 차며 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승객은 대부분 친구나 가족단위 이용객이었다. 승객들은 첫선을 보인 대경선 열차 안에서 지하철 같은 내부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펴봤다. 플랫폼에 도착한 열차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적잖게 보였다.
동대구역에 가기 위해 대경선을 탔다는 한 노부부는 "예전에 철도공사에서 일을 한 적도 있고 대경선이 개통했다고 해서 궁금해서 타봤다"며 "앞으로 편리하게 구미와 대구를 오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시민들은 혼잡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대중교통 수단 중 대경선을 선택한 이유로 ▷저렴한 요금 ▷빠른 첫차와 늦은 막차 ▷대중교통 연계성을 꼽았다.
김모(21·구미 상모동) 씨는 "그동안 대구에서 구미로 돌아올 때면 열차 배차 간격이 긴데다 막차도 일찍 끊겨 매번 마음을 졸였다. 대경선 개통으로 막차 시간이 1시간 가량 늦어지면서 돌아올 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52) 씨는 "기존 열차로 출근할 때는 배차간격이 촘촘하지 못해 열차를 놓치는데 따른 지각에 대한 걱정이 늘 있었다"며 "대경선 개통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져 이젠 유동적으로 출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경선은 배차간격이 출퇴근 시간대 19.2분, 평상시 25.4분으로, 평일 100회, 휴일 96회를 운행한다. 또, 전국에서 호환되는 선‧후불 교통카드로 30분 이내 환승 및 총 3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구미시는 이번 대경선 개통에 맞춰 사곡역을 중심으로 한 시내버스 신규노선 2개(362‧960번)를 이날 추가하는 등 시민 편의를 더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362번은 박정희대통령생가, 새마을테마공원 등과 사곡역을 연결하며, 960번은 사곡역과 금오공과대학교, 산동확장단지, 경운대학교를 잇는다.
시는 또 기존 4개 노선에 대해서도 사곡역을 경유하도록 조정해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앞서 지난 13일 시범운행을 통해 362번 시내버스를 타본 한 시민은 "시내버스를 타고 사곡역에 가서 대구에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좋다"며 "하차 단말기를 이용하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첫 운행인 탓에 운영미흡 등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후 2시 2분쯤 구미역을 출발한 열차는 열차점검을 이유로 역 근처에서 1, 2초간 수차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7분 만에 정상 운행했다.
당시 열차 내부에 있던 이용객들은 '열차 점검'이란 설명 외에는 열차 지연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을 듣지 못하면서 "제대로 준비가 안 됐다"는 탄식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또, 같은 시각 한 여성 노인이 대경선 열차와 구미역 플랫폼 사이를 건너는 도중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역과 사곡역에 정차하는 대경선이 개통되면서 교육‧의료‧문화 등 대구와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와 연계한 대중교통 체계를 정비하고, 구미를 찾게 할 콘텐츠를 개발해 더욱 많은 이들이 구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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