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기술의 여성성 탐구…인간·기술 공존하는 따뜻한 미래 그려"

카트야 사벨, 렌티큘러·설치작 전시
12월 27일까지 021갤러리

021갤러리에 전시된 카트야 사벨(Katya Savel) 작가의 작품. 021갤러리 제공
021갤러리에 전시된 카트야 사벨(Katya Savel) 작가의 작품. 021갤러리 제공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카트야 사벨(Katya Savel)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카트야 사벨(Katya Savel) 작가. 이연정 기자

기술과 인간성은 공존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기술의 발전은 곧 인간성의 상실을 가져오며,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인 미래를 그리곤 한다.

미국 코넬대에서 순수미술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IT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던 카트야 사벨(Katya Savel)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기술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그가 작업하는 주요 주제 중 하나는 '팜므 테크'.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기술의 여성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 아름답고 긍정적인 디지털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을 위해 그는 인간과 자연, 기술의 경계를 부드럽게 무너뜨린다. 인간과 기술을 보다 가깝게 느끼게 만들고, 인간과 기술이 공생 관계를 이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표적인 것이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것) 작품들이다.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 수십개를 자신이 만든 포털에 통과시키고, 각각의 레이어를 나눴다가 한꺼번에 응축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영상 결과물을 도출해낸다. 그 결과물을 다시 70장 가량의 레이어로 분해해 렌티큘러로 제작한다.

021갤러리에 전시된 카트야 사벨(Katya Savel)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021갤러리에 전시된 카트야 사벨(Katya Savel)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작가는 "내가 경험했던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이라며 "인간의 뇌를 닮은 기술적 방법을 통해 이를 구현하고자 했다. 그러한 기술적 공간 속에서 인간의 기억과 육체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 지도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가 만드는 작품들은 기술적인 방식과 함께 인간의 삶처럼 끊임없이 유동하고 변화하는 소재가 맞닿아있다.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면 다양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렌티큘러나, 공중에 레이어로 매달아 공기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설치 작품 등이 그것이다.

그가 그리는 미래의 핵심은 섬세하고 따뜻한 기술. 작가는 앞으로도 그러한 기술의 측면을 탐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언어가 오히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제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을 통해 감정과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등 기술이 긍정적인 진화를 이끌어 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그의 작품은 오는 27일까지 021갤러리(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435 두산위브제니스상가 204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74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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