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사는 음악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사는 언어로써 구체적 의도를 드러내고 음악은 추상적 방식으로 감정을 증폭시킨다. 두 매체의 결합은 표현의 깊이를 더하고 심화된 의미를 부여하며 감상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제4악장에서 처음으로 인성을 도입한 작곡가 베토벤(1770~1827)은 프리드리히 실러(1759~1805)의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사용해 인류애와 화합을 장엄하게 노래하며 예술의 경계를 확장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가사와 음악의 결합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 로베르트 슈만(1810~1856)과 같은 작곡가들에 의해 황금기를 맞게 되는데 그들은 시와 음악으로 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탐구했고 피아노의 발달과 함께 독창적인 표현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예술가곡을 음악의 독립적인 장르로 정착시켰다. 문학적 아름다움과 서사적 성격을 지닌 시는 음악과 결합해 정서적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더하게 된다.
1960년대 록 음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장르인 사이키델릭 록은 혁신적인 음악적 스타일을 제시한 것에 그치지 않고 가사를 통해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음악인들은 사이키델릭 록처럼 몽환적인 환각 상태와 같은 음악으로 외적 현실보다 내적 본질을 추구하는 한편 직접적인 이야기 전달이 아닌 청중의 의식 변화를 위해 개념적이고 복잡한 형태로 가사를 중요하게 다루며 기존 록 음악의 예술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1941~)은 음악인으로서 최초로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노랫말인 가사의 문학적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동요의 가사는 아동의 언어 습득과 정서 함양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의 가사는 언어의 리듬과 억양을 쉽게 익힐 수 있게 하며 가사로 표현된 다채로운 감정은 어휘력 향상과 정서적 발달을 촉진한다. 하지만 상업적 용도로 제작된 현대 동요의 가사는 특정 캐릭터의 이름이나 행동을 의미 없이 반복하거나 공룡, 로봇 등 비현실적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실제 상황에 감정을 대입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즉각적인 흥미에만 초점을 맞춰 음악적 감수성과 창의력 발달, 사고력 증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K-팝의 가사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다. 깊이 있는 서사 없이 단편적인 감정이나 이미지만을 묘사하거나 시각적 퍼포먼스와의 조화 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접근성을 높이고 즉각적으로 각인되기 위해 특정 단어나 문장을 지나치게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청소년들에게 파급력이 큰 K-팝의 가사가 비문학적 표현이나 허구성으로 점철되는 경우 비판적 사고력의 저하와 함께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지도 모른다.
음악은 목적과 방향성에 부합되는 가사를 통해 의도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세심하게 구성된 가사의 요소들은 음악의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정제돼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 가사가 문학적 깊이를 갖춘 언어의 형태로 표현될 때 음악은 더 큰 예술적 가치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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