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한미 동맹 관계도 위기를 맞게 됐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따라 경제와 안보를 망라하는 트럼프 발(發) 초대형 폭풍이 몰려올 기세다. 한미 간 협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한국은 리더십 공백 사태에 빠지게 됐다.
◆탄핵 공백에 빠진 한국
당장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주요국 정상들이 '줄대기'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상 차원의 네트워크가 불가능하게 됐다. 국무위원들도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로 발이 묶이게 되면서 미국의 신(新)정부 출범 전에 한국 정부 차원에서 인수위를 비롯한 트럼프 측 핵심 인사들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에 일괄적으로 10% 내지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 정부의 핵심 입법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및 반도체 투자 보조금 등도 손 볼 가능성이 크다.
해당 정책이 바뀌면 삼성, SK, LG, 현대차·기아 등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의 리더십 공백은 안보 문제 대응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 양국이 지난 10월 타결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부르면서 연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방위비를 요구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제12차 SMA에 따라 한국이 2026년 부담하게 되는 돈보다 9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연계해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수 카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그는 1기 정부 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바 있으며 지난 4월 말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그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안보면에서 한반도에서의 새판짜기가 진행될 공산도 크다.
1기 정부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례 만나면서 톱다운(하향식) 정상 외교를 진행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도 수차 "핵을 가진 북한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염두에 두고 그레넬 발탁
트럼프 당선인은 14일(현지시간)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대사를 일종의 '외교 리베로'로 발탁했다.
그는 그레넬의 직책을 '특별임무들을 위한 대통령 사절'(Presidential Envoy for Special Missions)로 규정하고,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맡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3차례 북미정상회담 또는 회동이 열린 트럼프 집권 1기 때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맡았던 북미대화의 중량급 첨병 역할을 그레넬에게 맡기려는 의중으로 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목표에 진전이 이뤄지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에 외교적 관여를 시도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국 외교적 여건이 되면 그레넬은 최근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지명된 트럼프 1기 대북외교 실무자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와 함께 대북외교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2기 외교안보 라인에 대북 외교 관련 요인들을 잇달아 포진시킴에 따라 한국의 탄핵소추에 따른 대통령 직무 정지 및 권한대행 국면에서 한국 외교의 당면 과제는 더 무거워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대화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보이는 만큼 대북정책과 관련한 '한국 패싱'을 막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소통선을 확보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암살 작전' 관련 김병주 의원실 "일부 사실 관계 확인, 증거인멸 방지 위한 긴급수사 요구"
尹 탄핵 찬성 김상욱 "살해 협박에 왕따도…그렇지만 달리겠다"
한동훈 체제 붕괴…與 최고위원 5명 전원 사의 표명
尹 가결에 오열한 김상욱…"내가 만든 대통령을 내 손으로"
홍준표 "박근혜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