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당 지도부 사퇴에도 대표직 사퇴 거부하는 한동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사퇴를 결의했다. 김민전·인요한·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김재원 최고위원도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예정인데, 한동훈 대표는 "내가 (탄핵) 투표했나" "(나더러) 물러나라고 했는데 내가 비상계엄을 했느냐"며 사퇴 요구를 일축(一蹴)했다.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됐는데, 당 대표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니 기가 찰 뿐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한 대표의 책임도 매우 무겁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방탄 입법, 방탄 탄핵, 사법 방해, 예산 폭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여론전을 펼쳤더라면 야당이 저처럼 '막가파식'으로 폭거(暴擧)를 저지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그랬더라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자폭(自爆)적 선택이 없었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에 대해서도 수사 결과를 좀 지켜본 후에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더라면 야당이 제출한 60여 건의 언론 기사와 참고 자료로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는 계엄 사태 이후 곧바로 '대통령 직무 정지' '탄핵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12일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 측은 즉각 사퇴를 거부하는 배경으로 '비대위원회 설치 완료와 함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한다'는 당헌(黨憲)을 들고 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곧바로 직무 정지해야 한다고 헌법에 나와 있나? 윤 대통령 계엄 선포에 초법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물은 한 대표가 당헌을 근거로 즉각 사퇴를 거부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한 대표는 즉시 사퇴하는 것이 지지층과 당에 최소한의 도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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