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가가 내부 인물을 키우지 못하고 용병에 기댄 정치를 이어가다 다시 궤멸의 위기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한 뒤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됐고 당원의 압도적 지지로 당권을 잡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는 막을 내렸다.
기성 정치인의 한계를 외부 인물 수혈로 극복하려던 움직임은 윤 대통령을 발굴, 정권 교체를 이루며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당정 모두 초보 용병에 기댄 벼락치기 정치의 말로(末路)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차가운 시련의 계절을 예고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발을 들인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5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용병 정치의 한계를 절감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외부 명망가보다는 당내 중진 의원 등 내부에서 우선 찾아보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당 안팎에서는 '용병 두 명이 탄핵된 것이지 보수 세력이 탄핵된 것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의 탄핵, 한동훈 체제의 붕괴와 애써 선을 긋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뒤 인물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실력 있는 초선 의원을 발굴하지 못하는 등 당 내부의 한계가 용병 정치에 기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이 위기 국면에 빠지거나 변화와 쇄신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 앞장서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소장파 의원들의 미래 지향적인 주장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는 한탄도 들린다.
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자신의 공천에만 목을 매고 자신에게 공천 줄 사람에게만 줄을 서는 정치 풍토가 보수 정가에 만연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당내 인물을 키우느냐, 신인을 발굴해 기회를 주느냐는 결국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얘기"라면서 "22대 국회 임기는 이제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보수 정치의 근본적 체질 개선 목소리가 과연 나올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질 때 누가 보수당의 대선 주자가 되는지가 용병 정치를 끊어낼지, 이를 연장하게 될지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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