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릴 적부터 손재주를 타고났다. 그림을 그리거나 만드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아버지 형제들이 인천예총 회장을 지내거나 사진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모두 예술 분야에 종사했기에 어쩌면 당연했을 터. 그는 일본 교토예술대학교에서 예술표현전공 석사 학위를 받고 디자인공모전에서도 여러 차례 입상했으며, 도쿄의 한 기업에서 디자인 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손재주를 타고난 것도 복인데, 그는 또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다. 유도에 일가견이 있던 할아버지 대(代)의 피를 물려 받아서였을까. 20대에 우연히 배우게 된 주짓수에 큰 매력을 느끼고 도복을 입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본업이 있으니 그의 주짓수 활동을 취미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낮에는 디자인을, 밤에는 스파링을 이어간 끝에 블랙벨트를 손에 쥐었다. 대한주짓수회 1급 지도자, 공인 4단, 생활스포츠지도사(주짓수) 2급도 취득했다. 국내외 주짓수 대회에서 25회 우승했고 주짓수 청소년 국가대표와 대구시 주짓수 대표 등을 다수 배출한 김완석 대구 동구 '유니브 오브 주짓수' 관장의 얘기다.
주짓수 지도를 해오면서도 그는 펜을 놓지 않았다. '완띠'라는 작가명으로 주짓수와 육아 관련 일러스트를 꾸준히 그리고, SNS에 업로드했다.(놀랍게도 그의 쌍둥이 형제도 화가이자 주짓수 체육관 관장이다.)
관장의 이중생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던 차, 축구 선수들을 붓펜으로 그린 그림에 마침내 반응이 폭발했다.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이하 토트넘) 구단의 선수들부터 대구FC 선수들까지 개개인의 특징을 살린 그림과 함께 프로필을 써넣었는데, 붓펜이 가진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의 말을 빌려 '좋은 기회들이 이어지면서', 그는 지난 8월 '토트넘 홋스퍼 X AIA생명 팬아트 전시회'에 초청 작가로 참가하기도 했다. 내한한 토트넘 선수들이 그의 작품에 큰 감동을 표했고, 이후 그의 작품은 토트넘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소개될 정도로 주목 받았다.
"워낙 세계적으로 대단한 이들이라 작은 그림에는 별 감흥이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선수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습니다. 평생 다시 느껴보기 힘든 신기한 경험이었죠."
그는 다양한 굵기의 붓펜으로 밑그림도 없이 종이에 그림을 그린 뒤, 컴퓨터로 색을 입히는 등 2차 작업을 거친다. 그는 "스포츠 선수 그림이지만 큰 동작보다는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형체와 밝은 표정을 온전히 담백하게 담아내는 것에 집중한다"며 "최근에는 대구FC 선수 그림 배경에는 강정보, 갓바위 등 대구의 명소를, 토트넘 선수 그림 배경에는 출신지의 랜드마크를 그려넣었다"고 말했다.
그가 보통 작가로 활동하는 시간은 아침 일찍 체육관에 출근해 청소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신 뒤의 잠깐. 그렇게 1년 가량 그려온 그림 200여 점을 처음으로 자신의 체육관에서 전시한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유니브 오브 주짓수(대구 동구 효신로 22)에서 열리는 '대구에서 런던까지'가 그것이다. 전시 기간에는 누구나 체육관에 들어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마인드컨트롤 노트'를 써왔고, 대부분 이뤘습니다. 그래서 '말하는대로, 상상하는대로 이뤄진다'는 말의 힘을 믿죠.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서 토트넘 등 축구 구단의 전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주짓수 지도자와 세계적인 스포츠 관련 디자이너,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 자신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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