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어릴 때 찐 살, 다 키로 가진 않아요" 소아 비만 위험성

소아 비만, 사춘기·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당뇨·고혈압·지방간 사례…과체중이 성장판 손상 일으킬 수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어릴 때 살 좀 쪄도 괜찮아. 나중에 다 키로 가게 돼 있어."

또래보다 뚱뚱해 보이는 어린이들을 보면 어르신들은 걱정하지 말라는 마음으로 이같이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어르신들이 어릴 때나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광해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비만은 약 55%가 사춘기 비만으로 이어지고, 사춘기 비만은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소아시기에 살이 찌더라도 나중에 키로 간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틀린 이야기이며,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고 지적한다.

◆ 코로나19 이후 심해진 소아 비만

사회 경제 발전과 함께 생활 문화가 서구화로 변화하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소아·청소년들의 비만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특히 10~12세 소아는 팬데믹 기간(2020~2021년) 비만 유병률이 11.7%에서 21.4%로 약 1.83배 늘었으며, 또한 16~18세 청소년은 이 기간 16.5%에서 21.7%로 1.31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에서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및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에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비만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중 학습목적 이외에 앉아서 보낸 하루 평균 시간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으며, 단맛 음료 섭취율(주 3회 이상) 역시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에서 2022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광해 교수는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마찬가지로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조기에 보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고도 비만아에서는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등 78% 이상이 합병증 중 한 개 이상의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며 "반수 이상이 성인 비만이 되므로 현재는 소아 비만도 치료하기 어려운 만성 질환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소아 비만의 원인과 증상

소아 비만의 원인은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진화된 에너지 절약 유전자' 때문이다. 구석기시대만 해도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몸에 에너지를 잘 저장하는 유전자가 생존에 유리했다.

농업, 축산업의 발전과 문명의 현대화로 인한 실내생활로의 전환 등 생활 양식 자체가 변했음에도 이 유전자 때문에 우리 몸은 남은 에너지를 계속 지방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소아 비만아의 특징은 같은 연령에 비해 큰 키와 증가된 골 연령, 유방 부위에 쌓인 지방, 옆구리 지방, 흰색 또는 보라색 튼살 등 한 눈에 알 수 있는 부분 외에도 합병증을 걱정해야 하는 특징도 있다.

◆ 너무 살 찌면 키도 안 커

비만인 어린이들 중 뒷목과 겨드랑이에 과도한 색소침착으로 까맣게 보이는 흑색가시세포종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당뇨병의 신호일 수도 있다. 또 신체적 특징이 또래 집단의 놀림감이 돼 심리적·정신적 문제가 발생, 심하면 폭식으로 인한 비만의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비만이 심한 어린이는 어른에게서 나타나는 고혈압과 지방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광해 교수는 "국내의 여러 보고들을 보면 소아 비만 환아의 약 22.5~52.8%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한다"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7~16%에서 간경화로 진행된다고 하므로 그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으며,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서 간경화로 진행된 소아 비만 어린이의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소아 비만은 정형외과적으로도 합병증을 발생시킨다. 소아 및 청소년기에는 성장판이 열려있고, 연골이 미성숙한 상태다. 뼈가 아직 부드럽다 보니 과체중을 감당하기에 부적절하다. 이 때문에 성장판 손상, 대퇴골두 골단분리증, 골연골염 같은 정형외과적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보니 자칫 키 성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소아 비만 치료 또한 어른들의 비만처럼 운동과 식이습관 교정 등을 통해 진행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성장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소아 비만 치료에서는 극단적인 저칼로리 요법은 성장에 지장을 주므로 시행하지 않고, 약물 요법 또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식단과 활동량을 늘려 몸이 열량을 많이 쓰는 체질로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광해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광해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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