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태병은] 우미란, 이원기, 김규호, 박소라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대구문화예술회관의 2024 올해의 청년작가전이 지난 14일 막을 내렸다. 지난주의 지면에서 다뤘듯 폐쇄된 전시실에 관한 이슈로 대구 예술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던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있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떠나 개막식 취소와 같은 상황들이 다른 4명의 작가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여 미약하지만 이 지면을 빌려 2024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네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을 통해 끝이 난 전시와 그들의 작품 세계를 상기해보고자 한다.

올해의 청년작가 우미란은 '보이는 것과의 대화'라는 타이틀로 1전시실을 구성했다. 전시실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전시장의 기둥을 둘러싼 나뭇가지들이다. 버려진 나무를 모아 나무의 형태를 만들어낸 이 설치 작업은 온전한 실제의 나무만큼이나 많은 개수의 가지들을 모아 끈으로 단단히 동여매 가지들이 사방으로 자유로이 뻗쳐있지만, 일직선으로 매끈하게 잘려나간 가지의 밑동을 통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존재를 상기하는 듯하다. 존재의 근본을 감각과 내면의 모습으로 탐구해나가는 작가 우미란은 '나무'를 매개 삼아 회화, 설치 등의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나간다. 전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색감의 회화 작업들은 멀리서 보았을 때 모두 다른 나무의 형태임을 추측할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서 바라보면 점과 면으로 이루어진 물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만이 남아있다. 밑동이 가지런히 잘려나간 나뭇가지들을 둘러싼 나무의 초상. 전시장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색감에도 화려함 대신 쓸쓸함이, 소란 대신 고요가 느껴진다.

2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원기 작가의 작품은 앞선 우미란 작가의 작품보다 더욱 원거리에서 바라본 듯한 나무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블랙과 화이트만을 사용한 절제된 색감의 회화는 눈이 쌓인 나뭇가지, 설경의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불면, 우울과 같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감정과 그러한 느낌을 닮아있다고 생각하는 눈이 쌓여가는 풍경을 그리는 것을 통해 작품으로 자신의 감정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새하얀 작품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붉은 배경의 두 작품은 색의 대비를 활용해 억압이 폭발하는 순간,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김규호 작가의 공간인 3전시실에 들어서면 연속적으로 번져나가는 원형의 조형물이 중간에 놓여 공간의 흐름을 압도한다. 작가는 최소 단위의 조형요소인 '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연속성과 그것이 순환되는 과정, 운동의 모습 등을 시각화 한다. 관람객이 서있는 위치의 각도와 시선에 따라 모두 다르게 보여지는 그의 조형들은 단순하지만 입체적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점. 그렇기에 전시장 안에는 온통 까만 점과 원 뿐임에도 그의 공간은 이토록 역동적이다.

5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가 박소라의 전시 제목 '메타뷰티 이노베이션'은 작가가 창조한 가상 IT 기업의 이름이다. 큰 벽면을 가득 채운 영상을 통해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특정한 상황-IT 기업 메타뷰티 이노베이션의 신제품 발표회-을 구현하는 작가의 공간은 그녀의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 인류의 모습을 관람객의 눈앞에 펼쳐낸다. 관람객은 작가의 작품을 빌려 미래의 모습을 경험하는 것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들을 직면하게 된다.
미술관과 재단, 갤러리 등에서 수많은 청년작가 공모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역 청년작가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으며 많은 작가들에게 최종 목표로 여겨지는 권위 있는 공모가 바로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이다.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2024년도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네 작가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이어질 이들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