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탄핵되었다. 국가와 대통령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처칠, 아이젠하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 출신 국가 지도자는 여럿 있었고, 그중에는 그 나름 평가받는 대통령도 있다. 반면 검찰 출신 국가 지도자는 그렇지 않다. 왜 이런 걸까?
그 이유는 군인과 검사의 양성 시스템과 직무 방식 때문이다. 군인은 사관학교를 나오면 단계별 재교육과 외부 위탁교육이 활발한 반면, 검사는 연수원 이후 검사로 있으면서 재교육과 외부 위탁교육이 상대적으로 적게 이루어진다. 군인들은 리더십과 심리전을 포함한 전략·전술을 배우고, 동맹국과 연합작전, 점령지에 대한 임시 관리 능력까지 대비해야 한다. 반면 검사는 사법시험을 위한 법률 공부와 연수원의 법 실무교육 외에 법 이외의 다른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거나 관심을 가질 필요가 크지 않다.
두 번째는 군인과 검사의 업무 수행 방식이다. 군의 목표는 국가 간 전쟁 즉 국가지대사(國家之大事)다. 모든 국가 자원의 동원 체제에서 육·해·공군이 합동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동맹국과 연합작전도 해야 한다. 즉 전쟁은 체계적인 합동작전 시스템이다. 그래서 군은 최상위에 연합사령부라는 지휘체계가 있다. 혼자서 전쟁 전략·전술, 전투력 유지, 정보 수집과 정세 판단 등을 해서 군 전체를 지휘할 수가 없다.
반면 검사는 단독이다. 단지 직위가 올라가면 아래 검사 수가 많아질 뿐이다. 설사 검찰총장이 되기까지, 각 직위를 맡아도 업무 방식은 특별히 다른 것이 아니며, 검찰 내 다른 부서와 협업도 많지 않다. 외부 기관과 합동으로 조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다. 즉 검사의 업무는 군과 같은 합동 시스템 업무가 아니라 검사 또는 팀 단독으로 이루어지며 상호 간 경쟁이다. 그리고 검사 전체는 폐쇄적 동일체다.
이러한 군인과 검사의 업무 방식의 차이로 인해 대통령직 수행 방식도 많이 다르다. 군 출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각 장관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었다. 국무총리가 장관들을 총괄하게 하고 장관들을 믿고, 소신껏 일하도록 힘을 실어 주고 지원해 주었다. 이는 전형적인 군 합동사령부의 역할이다. 부통령이 없는 우리 헌법의 대통령제와 내각제 혼합형의 취지를 살리고 성과를 만드는 국정 운영을 했다.
반면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정반대다. 각 장관의 권한은 많지 않다. 장관을 못 믿어서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능력을 과신해서인지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고 각 부처가 해야 할 결정을 대부분 대통령실에서 했다. 반면 장관들은 그 결정의 집행 단위 장 정도 위상이다. 즉 대통령실의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식 독주다.
군인과 검사의 국정 운영 차이는 대통령직 공과(功過)로도 다르게 나타난다. 권력 획득의 정당성은 별개로 하고, 국정 운영만 보면 군인이나 검사는 권위주의적 통치로 인한 민주주의 후퇴라는 공통된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공(功)만 놓고 본다면 논란은 있지만 박정희의 근대화, 전두환의 경제 안정, 노태우의 북방 외교와 남북 대화 진전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윤석열의 성과는 무엇일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물론 3대 개혁이나 의사 증원을 들 수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진보 적폐 척결을 내세웠지만 이는 설사 성공해도 보수의 숙원일 뿐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보기에 이재명·김건희 수사에서 법을 비틀고, 공정성을 해쳐 기대한 법치가 실현된 것이 아니라 법치를 후퇴시켰으며 그 결과 더 비상식적 사회가 되었다.
검사 출신도 그 나름 평가받는 정치인이 있다. 그런 검사 출신 정치인은 정치권에서 오랜 정치를 통해 얻은 평가다. 그러나 그런 검사 출신 정치인도 긍정적으로 보면 결단, 부정적으로 보면 독단의 양면성이 있다. 반면 국정 통치에 필요한 통합적이고 시스템적 정치력은 아니다.
그나마 대통령 직행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아무리 성공한 검사라도 정치적 적응과 훈련 없이 절대로 성공한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될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것이 왜 국내외 역사적으로 군 출신 대통령은 많은 반면 검사 출신은 없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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