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10시 21분쯤 대구 중구 동인동 한 오피스텔 21층에서 거주자가 잠든 사이 음식을 조리하던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번지며 화재로 이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경보기가 울린 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화재 진압에 성공했다.
소방당국은 가스레인지가 가스를 자동으로 차단하면서 불은 자체 진화됐지만 수색과 사후 조치 과정에서 시간이 끌리면서 화재 진압 시점이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지어지는 모든 건물에 정확한 발화지점을 알 수 있는 아날로그 화재 감지기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곳에는 해당 설비가 없어서다.
화재 발생이 많은 겨울철 이곳 오피스텔처럼 화재 감시체계가 부실한 고층건물이 적잖아 소방당국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지난 5년 새 재건축‧재개발로 고층건물이 크게 늘어나 올해부터 적용된 안전 강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곳이 유독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성능기준'을 시행해 모든 신축 건물에 의무적으로 아날로그 화재 감지기를 설치토록 했다. 2013년 처음 설치 의무조항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30층 이상 공동주택에만 적용돼 2013년보다 이전에 지어진 모든 건물은 아날로그 화재 감지기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불이 난 동인동 오피스텔은 2015년에 준공된 데다 29층이어서 규정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다.
실제로 화재 당시 이 건물의 경보기는 21층에서 불이 난 사실을 알렸지만 정확한 발생지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소방관들은 불이 난 층의 방문 40여개를 하나씩 모두 개방한 끝에야 불이 난 곳에 진입할 수 있었다.
소방당국 입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며 닫힌 문의 강제 개폐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정확한 화재 지점을 찾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문 파손을 최소화해야 해서다.
한 일선 소방관은 "강제 개폐로 기물을 파손하면 추후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 인명 구조가 시급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기물을 보존하면서 불을 꺼야 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화재 감지기의 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태헌 경북도립대학교 소방방재과 교수는 "현재 소방 법령은 설비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아날로그 화재 감지기는 일반 감지기보다 몇 배나 비싼 장치지만, 안전을 위해 모든 건물에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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