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송년회와 술에 얽힌 기사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회사 직원 A씨는 송년회를 마치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버스와 부딪쳐 숨을 거뒀는데, 유족들이 송년회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만큼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보상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B씨는 송년회 자리에서 술에 취해 후배에게 손찌검을 했다가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C씨는 옆자리 손님들과 싸움이 벌어져 폭행죄로 철창신세를 질 뻔했다.' 송년회는 으레 술을 떠올리게 된다. 만취하지 않으면 송년회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때도 있었다. 아직 두주불사(斗酒不辭)를 외치며 술 실력을 뽐내는 사람도 있지만 음주문화는 변하고 있다.
Z세대(199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은 '미코노미(Me+Economy·나를 위한 소비)'를 추구한다. 음주가무 대신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곳에 지갑을 연다는 말이다. 술만 마셔 대는 송년회가 아니라 취향에 따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임을 선호한다. 한 카드회사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했더니 노래방·유흥주점·나이트클럽 결제는 급감했고, 실내테니스장·스크린골프장·볼링장은 늘었다. 송년회 유형은 점심을 선호했고, 저녁 송년회보다는 차라리 상품권을 희망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2008년부터 11월을 '음주폐해 예방의 달'로 지정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올해 주제는 '술을 따르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따른다!'였다. 계명대 '절주연인' 팀이 인공지능(AI) 활용 절주(節酒) 노래 제작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최우수 절주 서포터즈 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배사를 시키거나 억지로 잔을 비우게 하는 행위를 '음주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를 정도로 과음을 경계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올해 송년회에선 술을 조금 마셔 보면 어떨까.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송년회마저 사라진다는 소식에 시름이 깊어진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오죽하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자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 달라"고 당부했을까. 술이 싫다면 함께 식사하며 갑진년(甲辰年)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표현이 전혀 식상하지 않은 한 해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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