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까지 마음대로 규정하는 민주당의 오만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탄핵' 운운하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권한대행에게는 인사권과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권한대행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 왜 민주당이 판단하나. 누가 그런 권한을 줬나. 탄핵 정국이라고 그런 월권(越權)이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남아도는 쌀을 농협이 사들이도록 했지만 그 돈을 정부가 메워 주도록 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개정안과 다를 것이 없다.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운다는 사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참으로 낯간지러운 꼼수다. 그 이면에 지역주의 포퓰리즘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호남 곡창지대에서 출하량이 많은 작물이 쌀이다. 소비량이 급감하는데 농가 소득을 보장하면 쌀 과잉생산은 막을 수 없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시장 질서의 교란(攪亂)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군말 없이 수용하라는 것은 권한대행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허수아비로 여기는 오만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후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보류한다고 해 놓고,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시 탄핵하겠다고 한다.

탄핵은 직무 수행에서 헌법과 법률의 위반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조치다. 머릿수가 많다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헌법과 법률의 어떤 조항 위반인지 구체적으로 대 보라.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전례도 있다. 2004년 고건 권한대행은 사면법 개정안 등 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한 민주당의 기준은 너무나 이중적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줄곧 미루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한다. 양곡법 개정안 거부권은 행사해서는 안 되고 헌법재판관 임명은 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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