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내수 부진과 환율 급등,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해 유통·식품·화장품 업체들이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심각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를 피하기 위해 해외 진출 등 새로운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출 타격 불가피한 소비재
한류 열풍으로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누린 식품·화장품 업계는 수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관세 폭탄'을 예고한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출범하는 것은 물론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국가 이미지가 추락한 탓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화장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10∼2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에 더해 관세 리스크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불확실성이 신경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여러 변수를 하나하나 따져보며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용진 회장이 주재하는 관련 회의나 메시지는 아직 없었다. 비상계엄 이전에 수립된 중장기적 경영전략도 아직 수정된 바 없다"며 "일단 내부적으로 정국 추이를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J그룹도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내년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보수적인 관점의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소비재 업종은 특히 내수 부진과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대해 민감하다"며 "기업들이 저마다 돌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신중히 전략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
업계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수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를 피해 신규 시장 개척에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대한민국의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새로운 판로를 찾아 나서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고 말했다.
롯데는 식품과 쇼핑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시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롯데는 연내 싱가포르에 전략 수립 담당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매출 20조3천억원, 해외 매출 3조원 달성이 목표인 롯데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동남아 사업을 핵심 축으로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베트남에 초대형 상업복합단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장했다. 글로벌 쇼핑몰 사업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장 9개월 만에 매출 2천억원을 기록했다. K-패션, K-푸드 열풍을 반영해 선보인 한국 브랜드와 한국식 팝업스토어가 빛을 발했다. 또 롯데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성장성 있는 시장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검토 중이다.
식품 업계도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리아 운영사 롯데GRS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미국 1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현재 해외 거점 베트남에 252개 점포를 운영 중이지만 미국 현지화를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롯데GRS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중 미국 1호점 위치를 고른 뒤 문을 여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농심은 내년 1분기 유럽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남미 시장도 공략에 나선다. 불닭볶음면 열풍에 삼양은 해외 생산라인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관세 우려도 있다"며 "현지 생산이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D푸드'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대구시도 해외 수출에 힘쓰는 중이다. 시는 지난달 지역 식품 수출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구 식품(D-푸드) 수출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지역 식품업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해외 수출길을 여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협의체와 함께 지역 식품업체들이 해외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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