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하며 새해 대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리는가 하면, 한동안 중단됐던 비대면 대출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탄핵 정국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는 가운데 대출이 막혀있던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일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오는 17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한다고 16일 밝혔다. 또한 지난 8월 중단했던 주택담보대출 모기지신용보험(MCI) 취급을 4개월 만에 재개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도 다시 시작한다.
이와 함께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신청을 허용하고, 미등기 신규 분양 물건에 대한 전세대출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의 경우 신청부터 실행까지 약 2~4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치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던 신용대출 한도 역시 풀고,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도 재개하기로 했다.
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 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3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하고, 내년에는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전용 신용대출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이와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주담대 변동금리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35%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3.53%로 0.05%포인트 낮아졌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3.07%로 0.02%포인트 내렸다.
코픽스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하는 가중평균금리로, 예·적금이나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 하락분이 반영되면 함께 떨어진다.
은행들은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해 17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다만 금리 하단은 소폭 내려가도 상단은 여전히 6%대 중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연말마다 대출 총량 관리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대출 총량이 매년 연간 단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새해에는 대출 여력이 새롭게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연말부터 우량 차주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규제 완화로 대출 문턱은 낮아졌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시중은행의 대출이 막히면서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이미 일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대출 한도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실수요자에게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주택시장과 내수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막혀 있던 자금 흐름이 일부 해소되면 주택 거래 활성화와 내수 경기 회복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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