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는 조선 후기의 어느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당당한 전신 입상 인물화다. 기녀였을 이 여성이 어떻게 단독으로 그려질 수 있었고, 어쩌면 이리도 온전하게 전해져 왔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놀라운 주제와 솜씨의 경이로운 대작이다. 좁은 어깨의 아담한 체구에 통통하고 둥근 얼굴, 작고 섬세한 이목구비가 당시의 미인상이었나 보다.
구름 같은 다리는 양감을 살리며 한 올 한 올 세밀한 붓질로 정성스럽게 그렸고,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앳된 얼굴은 살짝 숙였다. 하얀 목덜미에 보송보송한 잔 머리칼이 나풀거려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화려하고 요염한 미인이 아니라 다소곳한 듯 낭창한 미인이다.
치마 밑으로 살짝 드러난 흰 속바지와 자그만 버선발은 풍성한 검은 머리와 대비되고, 소매가 팔에 딱 붙은 짧은 저고리는 푸른 치마와 상박하후(上薄下厚)로 강약이 어울린 전체의 실루엣을 완성한다. 저고리 아래로 넓은 띠처럼 드러난 하얀 치마말기에는 끈이 여럿 드리워졌다. 길고 좁은 두 줄의 붉은 끈, 넓은 흰 끈, 두 줄의 남색 고름, 여러 가닥인 푸른 수술 등이다.
원래 한복은 몸의 굴곡을 드러내지 않는 평면 재단이라 옷태를 내는 것은 끈이라고 했다. 색과 재질, 길이와 너비가 다른 다양한 끈으로 옷차림에 표정을 주었던 것이다. 제일 오른쪽은 저고리의 안쪽 섶에 끈을 달아 겨드랑이 쪽 안에서 묶어 고정시킨 저고리 속끈이다. 그 옆에는 폭이 넓은 치마 말기끈이 있는데 한 쪽은 치마 왼쪽 끝에 있다. 한 손으로 저고리 고름을 잡아당겨 풀고 있으므로 남색 끈 고름이 나란히 내려와 있고, 다른 손으로 받친 노리개의 수술도 있다. 서로 다른 네 종류의 끈 일곱 가닥이 신윤복의 붓 끝에서 활기를 얻어 끈의 하모니를 이룬다. "한복은 끈 치레"라고 할만하다.
제화 앞부분에 찍은 타원형 머리도장은 '흉중장유사시춘(胸中長有四時春)', '가슴 속은 언제나 봄이라네'란 시구다. 꽃은 봄에만 피지만 내 가슴 속에는 봄꽃 같은 미인이 사시사철 함께 한다는 뜻이리라.
'미인도'는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 세상 함께 보배 삼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감탄하며 본 작품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2016년 건립, 운영 관련 계약 이후 2024년 9월 개관까지 8년 걸렸다. 막대한 건립비와 매년 들어갈 운영비가 대구시민의 세금이므로 여러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18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렸던 간송미술관의 '조선 회화 명품전'을 관람하며 이 '무가지보(無價之寶)' 앞에서는 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미술은 위대하다. 그러나 대구간송미술관은 엄연히 대구의 시립미술관이다. '대구시립간송미술관'이 더 적절한 명칭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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