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우대현] 광복 80주년, 국민 화합의 장 만들자

우대현 광복회 대구지부장

우대현 광복회 대구지부장
우대현 광복회 대구지부장

2025년 내년은 을사년으로, 일제 침략의 원초라고 할 수 있는 1905년 을사늑약 강제 체결로부터 120주년이 된다. 내년은 또 일제 침략에 맞서 본격적인 의병전쟁이 시작된 명성황후 시해 사건(1895년) 발생 130주년이다. 일본과 외교를 다시 맺은 한일 국교 정상화(1965년) 60주년이 되는 해도 내년이다. 무엇보다도 내년은 광복(1945년) 80주년을 기념하게 된다. 우리 광복회원들에게 내년은 어느 해보다도 뜻깊고 남다른 해이자,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해이다.

을사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12월 현재, 우리는 참담하고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바로 지난 12월 3일 밤 10시 30분쯤 선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여파 때문이다. 다행히 국회가 4일 새벽 1시에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윤 대통령도 곧바로 새벽 4시 30분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령 해제안 의결을 발표했다. 이로써 비상계엄령은 막을 내렸으나 곧바로 국회가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나라가 험난한 격랑 속으로 휘말린 상황은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야말로 과거의 잔재이자 교과서나 헌법 속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비상계엄령 선포는 우리 선열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되찾은 나라의 독립,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쌓아온 민주화의 금자탑마저 한낱 모래성으로 만들고 말았다. 광복회원으로서 필자는, 일제의 엄혹한 시절에 목숨을 바쳐 독립을 위해 순국하신 선열의 숭고한 헌신을 생각하면 이번 계엄령으로 인한 작금의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상황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뒤흔들고 그동안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일궈온 나라의 품격과 위상을 무력화시킨 이번 계엄령 사태를 지켜보면서 독립운동가 아들로서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그동안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친일적·반민족적인 정책의 추진 또는 왜곡된 시각을 가진 인사들의 독립운동 정신 관련 기관단체 임용 등을 목도하며 앞날을 우려해 왔던 터였다. 국가 장래를 생각하면 갈수록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고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왜곡된, 친일적·이질적 시각을 가진 인물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 정치권이 나서주길 바란다. 정치권은 우선 이번 계엄령 선포와 같은 폭거의 방지를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을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어렵겠지만 여야가 합의하면 못 할 일도 아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관료나 기관장도 사퇴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국군의 전통 수립을 위해, 일본군 전통의 잔재를 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국군조직법도 필요하면 손질하라.

특히 광복회 대구지부장으로서 필자는 정부의 내년 광복 80주년 행사 추진을 둘러싼 소문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항간에는 정부가 내년에 '광복회 없는 광복절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이는 선열들이 '피로 쓴 역사'를 이단적인 시각의 인사들이 '혀로 재단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이런 잘못된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부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가 이번 계엄령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당당하게 제자리를 잡도록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지혜를 모아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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