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의 창-윤창희] 명분 뒤에 가려진 정치적 이기주의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이기주의는 자신과 자신의 그룹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태도는 정치인들에게도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정치적 생존과 당선이라는 실질적 목표에 의해 강화된다. 그러나 정치에서의 이기주의는 단순히 개인적 욕망을 넘어, 특정 정당이나 이념 집단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집단적 이기주의로 확대된다. 이는 협력과 타협을 어렵게 만들어 정치의 본질적 역할인 갈등 조정과 공익 증진을 방해한다.

한국의 정치판은 종종 개인적 이익과 당파적 이익이 국가적 이익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기주의는 인간의 본능적 속성이지만, 공공의 책임을 지닌 정치인에게는 이 속성이 국가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계엄령 선포 및 이후의 대통령 탄핵 논의와 그 과정은 이기주의가 어떻게 한국 정치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계엄령 선포 과정에서 보였던 문제는 대통령과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적 합의 없이 이를 추진하려 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계엄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설득하기보다는, 정권 안정을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계엄령 사태 이후의 대통령 탄핵 논의에서 이러한 이기주의의 한계가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 탄핵은 헌법적 절차에 따른 중요한 정치적 수단이지만, 과거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탄핵의 과정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정치적 계산과 당파적 이익에 의해 좌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야당은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과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탄핵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설득하기보다는 정권 교체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이러한 접근은 탄핵이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며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켰다.

한편 여당 역시 과거 탄핵 반대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적, 당파적 이익에 따라 행동했다. 탄핵 반대는 단순히 정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당시 대통령의 실정이나 국민적 불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정당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행태로 평가되었다.

현재의 탄핵 정국에서도 양당 모두 탄핵 과정을 공익보다 당파적 이익과 개인적 이익을 위해 활용함으로써, 정치적 책임보다는 이익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심화시키고,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국 정치에서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공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계엄과 탄핵 절차의 남용을 막기 위해 헌법과 법률의 준수를 강화해야 한다. 탄핵은 정당성 있는 이유와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될 때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감시 기구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정치인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정치 교육과 윤리적 리더십 강화로 가능하며, 정당 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공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국민의 정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행태를 감시하고, 정치적 결정이 공익에 부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의 역할과 국민의 정치에 대한 올바른 참여가 중요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러한 국민의 비판적 시선을 통해 자신들의 행태를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기주의는 인간의 본능적 속성이지만, 정치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민적 신뢰를 잃고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 정치가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치인 개개인의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협력과 책임감이 필수적이다.

계엄과 탄핵 정책은 그 자체로 중요한 민주적 수단이지만, 이를 공익이 아닌 개인적, 당파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공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치적 문화로 변화해야 하며, 국민의 요구와 참여가 한국 정치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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