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5 매일 신춘문예] 2025 매일신춘문예 수필 부문 심사평

허상문 평론가
허상문 평론가

응모된 460편이 양적으로는 작년과 유사하지만, 질적 수준은 예년보다 능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생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깊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특히 젊은 세대의 지원이 늘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그동안 수필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문학이라는 점 때문에 응모자의 연령대가 대체로 높았다. 연령과 형식에 갇히지 않은 젊은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수필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갑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변형한 글, 지식을 뽐내는 글, 일기 형식의 잡문도 허다하다. 수필은 일정한 형식과 내

유인실 평론가
유인실 평론가

용을 갖춘 문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심사에서는 소재의 형상화와 사유, 분명한 주제의식, 감동과 재미를 포함한 문학적 완결성을 살폈다.

심사위원들의 손에 최종적으로 남은 세 작품을 두고 긴 토의를 거쳤지만, 쉽게 결론에 이르지 못해 낭독까지 했다. 각각의 작품은 장단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붕, 예술을 얹다'는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가 깊었으나 다소 주지적이라는 점이 안타까웠다. '빨래, 그 긴 고해성사'는 빨래를 인생의 고해성사로 풀어낸 점이 특이했으나 옷 이야기가 길어져 감동이 약했다. 당선작인 '삶의 최소단위, 숟가

주인석 수필가
주인석 수필가

락'은 우리에게 가장 일상적이고 세속적이면서도 가장 소중하고 숭고한 밥과 숟가락의 의미를 통하여 삶과 존재의 의미를 밝힌다. 숨이 끊어지는 사람 곁에서 우걱우걱 밥을 먹는 이유, 삶과 죽음이 한자리에 무심한 듯 공유하는 아이러니, 그리고 화해와 공감까지 긴 시간 동안 숟가락은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최소단위로 형상화되고 있다. 최소를 잊고 최대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오늘날 귀감이 될만한 글이다.

밥은 하루만큼의 태엽이고 끈끈한 다정함이라는 작품 속 말처럼, 삶의 최소단위인 한 숟가락의 밥이 더욱 밝고 풍요로운 새해를 만들길 염원해본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모든 응모자에게는 다음을 기약하며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 허상문 유인실 주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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