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5 신춘문예] 2025 매일신춘문예 동시 부문 심사평

시의 배경을 상상하고 공감하게 하는 끌림과 여운

권영세 시인
권영세 시인

900편에 가까운 전체 응모작이 전반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대체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설렘과 기대와는 달리 신인작가로서 지녀야 할 새로운 소재의 발굴과 변모된 시적 형상화 등에 있어서는 기존의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한 작품이 눈에 많이 띄지 않아 아쉬웠다.

우선 일차적으로 류한월(충북·53세)의 '컴퓨터 마우스', 백정진(대구·44세)의 '파인애플', 정이도(경기·41세)의 '슈뢰딩거의 고양이', 김미르(세종·60세)의 '걱정 먹는 하마', 이두은(대구·38세)의 '딱따구리', 손음(부산·60세)의 '아빠 구두', 안도연(충북·22세)의 '꼬리빗', 최시현(경남·47세)의 '아브라카다브라'를 뽑았다. 이 중에서 끝까지 남겨진 작품은 '컴퓨터 마우스', '슈뢰딩거의 고양이', '아브라카다브라' 등 세 편이었다.

'컴퓨터 마우스'는 게임에 빠진 아빠와 함께 놀지 못하는 어린이다운 화자의 마음을 잘 드러내었지만 동시가 어린이를 비롯한 모든 연령대까지 공감하며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 세계의 불확실성과 역설적인 성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고 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과감하게 인용하여 동시 세계를 확장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표현이 산만하여 이미지가 분명하지 못한 것이 단점이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아브라카다브라'는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제목이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다'는 뜻을 지닌 주문의 용도로 쓰이는 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작품 속에 끌려 들어가는 듯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관찰자인 화자와 그의 엄마의 심정을 적절히 조화시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시의 배경이 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공감하게 하는 끌림과 여운이 있어 당선작으로 서 결심을 굳혔다. 당선을 축하하며 동시단의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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