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헌재·법원은 정치적 압박에 흔들리지 말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며 헌법재판소를 몰아붙이고 있다. '최소 두 달 이내'라며 시점을 명시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파면 선고' 촉구 시위까지 부추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가도(大選街道)만을 염두에 둔 속 보이는 행태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헌재는 좀 더 추진력 있게 해서 최소한 두 달 이내에는 (선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국회의 탄핵 가결도 국민이 해냈듯이, 헌재의 파면 선고 역시 국민이 나서야 한다"며 선동했다. 다수당의 힘과 여론 몰이로 헌재의 결정을 좌우하려는 것이다. 헌재 압박용 여론전(輿論戰)도 걱정스럽다. 헌재 홈페이지에는 '조속히 탄핵을 인용하라' '계엄은 대통령 통치행위'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진보 성향 시민 단체는 헌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신속 결론'을 주장하는 것은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과 밀접하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 15일 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에 따르면, 이 사건의 2심 선고는 1심 선고 후 3개월 뒤인 내년 2월, 3심은 2심 선고 후 3개월 뒤인 내년 5월 이전에 나와야 한다. 민주당의 희망대로 두 달 뒤(내년 2월 말)에 대통령 탄핵이 인용(認容)되면, 4월쯤 대선이 치러진다. 이때는 3심 선고 전이라 이 대표의 출마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빨리 하라면서, 이 대표의 재판 지연(遲延)에 대해선 말이 없다. 이 대표는 법원 변경 신청, 법관 기피 신청, 선거법 2심 재판의 소송기록접수 통지서 미수령 등 온갖 꼼수로 재판을 늦추고 있다. 오죽하면 법원이 '국선변호인 선정 고지서'까지 발송했겠나. 헌재와 법원은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휘둘려선 안 된다. 헌재는 오직 법리와 증거를 기반해 탄핵 사건을 심판해야 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도 중요하다. 재판 결과는 차기 대선의 중대 변수다. 법원은 법정 기한 내 2·3심 판결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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