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5 매일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하지만 나는 끝까지 / 미래

일러스트 : 김재경 작가
일러스트 : 김재경 작가

한여름 밤, 더럽게 배가 고팠던 지원은 고시원 공동 냉장고 앞에 쓰러져 있었다.

냉장고에는 나눠진 칸마다 '먹지 말 것', '202호' '건들면 뒤짐' 따위의 포스트잇이 달라붙어 있었다. 가장 아래 지원의 칸에는 먹다 남은 차가운 식빵 두 쪽과, 아주 오랫동안 보관된 양념치킨 한 조각이 있었다.

저 치킨 한 조각을 둘씩으로 나눠서, 식빵 두 쪽은 네 조각으로, 열여섯 조각으로 나누어서, 하나하나 음미해야지…. 지원은 눈을 부드럽게 감은 채 돌덩어리같이 굳어버린 식빵과 치킨 조각의 맛을 상상하며 꿈의 만찬을 즐겼다. 부자연스러운 조합이었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지원은 마치 혼이 나간 듯 치킨 갑 바닥의 굳어버린 양념을 손가락으로 긁어 입속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 시큼한 냄새가 코끝을 강타했고, 지원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마치 냄새가 지원의 콧등을 툭 쳐 민 것처럼. 지원은 부엌 바닥에 나동그라진 채로 발을 들어 열려 있던 냉장고의 문을 겨우 닫았다. 바닥은 차가웠고 누군가의 발 때로 찐득해져 있었는데, 그 덕에 팔이 바닥에 쩍쩍 달라붙었다.

지원은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휘청, 흔들리며 온몸이 앞뒤로 크게 움직였다. 사지가 저릿했다. 마지막으로 끼니를 먹은 게 언제더라. 되짚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고시원 부엌에 있는 밥솥이 채워져 있지 않아 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쌀알 몇 톨을 긁어먹은 이후로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손가락이 다쳐 일을 나가지 못 하게 된 뒤 지원에게는 시간 감각이라는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방으로 갔다. 책상과 매트리스의 단출한 살림살이 옆으로 배달음식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방문 사이로는 엷지만 확실한, 붉은 선으로 된 불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원은 아릿한 선 같이 문틈을 스며들고 있는 그 빛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건 꼭 방울토마토처럼 동그란, 화재경보기에서 나오는 불빛이었다. 마감이 시원찮은 문 사이로 들이치는 그 불빛은 지원의 눈꺼풀 아래에 오래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그건 꼭 오래오래 타오르는 불처럼 지원을 괴롭혔다.

지원이 사는 방은 그런 방이었다. 장판이 들고 일어나 본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방. 문도 없이 방수 천 하나로 가려진 단칸 욕실이 있는 방. 벽지가 너덜너덜 떨어져나가 손끝으로 문지르면 물을 잔뜩 머금은 종이처럼 하얗게 일어나는 방. 여러모로 너저분한 방이었지만 가장 난데없는 건 방 가운데에 커다란 기둥이 하나 놓여 있었다는 점인데, 그 기둥 탓에 지원은 발을 제대로 뻗지 못해 항상 기역자로 몸을 구부려 잠을 자곤 했다. 잠결에 기둥을 걷어차느라 정강이에는 상처가 생겼다. 다리가 푸들푸들 떨리며 저릿했다. 그 저릿함은 잘 낫지 않는 구내염 같았고 지원은 딱 그만큼 비참했다. 그러니까 지원이 묵는 그 방은, 늘 그런 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서울에서 보증금 없이 24만원 월세로 지낼 수 있는 방은 없으니까.

지원은 엎드려 누운 채로 가능하면 열량을 아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뇌가 사용하는 포도당 양이 엄청나다는데. 뇌에 온오프 버튼이 있다면 잠깐 꺼 놓고 싶을 정도로 배가 고팠지만 허기 탓에 잠도 오지를 않았다. 지원은 몸을 엎어트린 채로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잘린 검지손가락을 되붙인 뒤 지원의 손톱 아래에는 하얀 실 같은 상처가 남았다. 얇은 털실을 손가락 위에 감아 붙인 듯한 상처였다. 검지손가락 아래에서는 여린 심장 박동처럼 통증이 콩콩콩 뛰며 이어지고 있었다. 지원은 그것을 가릴 만한 반지를, 기왕이면 금으로, 갖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단지 생각일 뿐 당장 다음 달 월세도 낼 돈이 없는 마당에 금반지는 무슨 금반지람. 그렇게 생각하며, 지원은 상처를 만지작거려 보았다.

금반지는 아니더라도, 오만 원짜리 반지를 끼워 줄 법한 남자 친구는 있었던 시기가, 지원에게도 있었다. 남자 친구와 편의점 앞에서 맥주 몇 캔을 마시고 동네에 있는 뽑기방을 순회하며 인형을 잔뜩 뽑았던 밤이 있었다. 양념 치킨을 같이 시켜 먹으면서, 혼자 서울 살이 하는 게 씩씩하다며 칭찬해 주던 친구도 있었다. 전부 지원이 휴학을 하기 전의 일이다. 학비를 낼 수 없겠다는 판단 하에 학교를 쉬고 일을 시작한 뒤, 지원의 인간관계는 무섭게 협소해졌다. 지원은 팔에 돋아난 굵고 검은 털 한 가닥을 바라보면서 궁금해했다.

나는 열심히 사는데, 왜 나는 점점 더 못 살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은 굵고 검은 털 한 가닥처럼 빳빳하게 대가리를 쳐올리며 자라나는 생각이었다. 알코올을 들이붓고 배달 음식 쓰레기를 방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봐도, 열심히 살아 본답시고 미싱을 열심히 밟고 쉬는 시간마다 허리를 우두둑 펴 봐도, 아무리 뽑고 뽑아 봐도,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자라나는 생각이었다.

누운 채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손바닥만한 창문 사이로 여린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한밤 달빛의 우윳빛 광선이 통과해 들어오는 저 창문은, 사만 원짜리였다. 창문이 하나 있다는 이유로 사만 원을 더 내고 사는 방이었으니까. 지원은 창문 한 장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가로로 길쭉한 사각형이라 반밖에 열리지 않는 창문이어도 창문은 여하튼 창문이었으니까. 그러나 가끔은 사만 원을 내고 창문을 사야할 만큼 잘 살고 싶어 하는 스스로가 치졸하고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창피했다. 지원은 눈꺼풀을 감았다. 이대로 삶이 끝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지원은 불쾌하고 외로워졌다.

그때, 지원의 머리 위쪽에서 쨍그랑 소리가 울리며 무언가 둔탁한 것이 지원의 배를 맞고 튕겨나갔다.

지원은 멍하니 누운 채로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아까까지 바라보고 있었던 창문이 박살나 있었다. 창이 깨져 박살난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원은 손가락 하나 들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 누운 채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 번 두드렸다. 그리고 문을 여는 열쇠 소리 뒤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지원은 낯선 목소리에 놀라 겨우 고개를 들었다. 똥머리를 한 여자애가 방안을 헤집고 들어왔다.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하려 했는데 지원은 콧물 때문에 말이 잘 안 나왔다. 지원은 언제부터 울었는지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자윤이야. 총무.

지원의 방으로 휘적휘적 들어온 자윤은 방을 헤집고 들어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야구공을 주워 들었다. 지원은 자윤의 예상 밖 행동에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자윤은 손을 내저었다.

못 일어나겠으면 누워 있어. 잠깐만.

그때 불현 듯 지원은 발에 채는 쓰레기가 쑥스러워졌다. 며칠간 시켜먹은 배달 음식과 찌그러진 소주 페트병이 창피했다. 그러나 자윤은 별생각 없어 보였다. 자윤은 발로 슥슥 쓰레기들을 밀어 들어오더니 지원이 누워 있는 자리 옆에 털썩 주저앉은 채 지원의 손에 공을 쥐여 주었다.

이거야.

지원의 손에 쥐인 단단한 공은 연습용 싸구려 야구공이었고,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솔기가 반쯤 터져 있었으며, 따뜻했다. 지원은 아직 잠이 덜 달아나 얼떨떨했다. 지원은 손에 쥐인 것과 유리 조각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근데 어떻게 저길 맞추냐? 씹새끼들아!

자윤이 손을 모으더니 창쪽을 향해 외쳤다. 그렇게 하면 마치 창문을 타고 넘어가 창을 깨트린 그 애들에게 들리기라도 할 것처럼.

자윤은 유리조각을 손으로 살살 쓸어 옆으로 치워내더니 지원 쪽으로 다가와 얼굴에 묻은 유리조각을 털어냈다. 손이 뺨에 닿을 때마다 따끔했다. 자윤은 책상 위에 뒤집어져 있던 거울을 집어들어 지원에게 들이대 주었다. 얇은 유리조각이 튀어 실금 같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지원은 누운 채로 자윤의 손길을 가만히 받았다. 지원의 입술이 씰룩, 움직였다.

죽고 싶어.

뭐라고?

자윤은 잘 못 들었는지 귀를 가까이 가져다댔다.

나 배고파.

배고프다는 말이 일단 내뱉어지고 나니 눈에 습기가 차더니 방울져 고였다. 눈물이 느리게, 가로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자윤이 지원의 몸을 덜렁덜렁 흔들었다.

씨발. 야, 정신 좀 차려 봐. 응?

어, 어어.

죽으면 니 손해야!

자윤이 그렇게 말했다.

손해라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의아한 말이었다. 죽으면 왜 손해지? 이대로 계속 사는 게 오히려 나한테 손해가 아닌가?

지원이 멍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자윤은 지원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지원은 휘청하는 몸을 벽에 겨우 기댔다. 풀려 있던 정신이 되감겨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원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죽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혼자 세상에서 스러져 가루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는 것이, 소름이 오소소 돋을 만큼 끔찍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원은 내장 아주 깊은 곳에서 허기를 느꼈다. 뭐라도 잡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지원을 덮쳤다.

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세간 뒤에서 방에 있던 가장 큰 타포린백을 꺼내들었다. 거기에는 인형들이 담겨 있었다. 크고 작은 털뭉치 인형들, 지원이 남자 친구와 한동안 뽑기방에서 마구잡이로 뽑아댔던 인형들이었다. 그것들은 이제 지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원은 그 솜뭉치들을 방구석에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 위에 와르르 쏟았다. 지원은 비장해진 채 떨어진 인형 중 하나를 품에 안았다. 플라스틱 눈이 달라붙어 있고 보송보송한 빨간 천으로 뒤덮여 있는, 토마토 모양 인형이었다. 지원은 한쪽 팔에 타포린백을 접어 끼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원에게는 갈 곳이 있었다.

새벽의 길거리는 고요했다. 그리고 그 길거리의 끝에는 선명한 흰빛이 쏟아지는 정육점이, 그러니까 무인 정육점 〈풍미축산〉이 있었다. 정육점은 그 새벽에도 환히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손짓해 부르는 듯이 말이다. 흰 배경 위 빨간 글씨로 적혀 있는 간판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4시간 운영, 24시간 CCTV 촬영중. 멈춰 서서 지원은 간판을 올려다보았고, 뒤쪽에서 허둥허둥 뛰어오는 자윤의 소리가 들렸다.

넌 왜 따라와?

자윤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너 누구 죽이러 가는 거 같길래.

죽일 사람 없어.

싱겁다.

자윤은 피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그게 아쉬운 거였어? 지원은 말 없이 손으로 정육점을 가리켰다. '풍미축산'의 내부에서부터 하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원은 늦은 퇴근을 할 때마다 그곳을 종종 바라보곤 했다. 캄캄한 밤 유난히 더 하얗게 부서지는 빛과 냉장고 속에서 어른한 색으로 비춰 보이는 붉은 고기들을 보았다. 정육점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눈이 마주친 것만 같은 선득한 기분이 들어 정육점 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때도 있었다. 지원은 자신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그 고기들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시원의 방 두 개 정도를 합쳐 놓은 사이즈의 조그마한 가게는 문을 제외한 가게 삼면에 냉장고 다섯 대가 레고 맞추듯 절묘하게 놓여 있는 구조였는데, 세로로 된 길쭉한 냉장고며 가로로 길게 납작한 냉장고에 고기들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부위별 용도별로 위칸부터 정리되어 있고, "한 봉지씩 가져가세요"라고 쓰여 있는 코팅된 종이 아래에는 파채 묶음들과 곁들이는 쌈장과 소스들이 나란히 나란히 놓여 있었다.

지원은 '풍미축산' 안으로 들어섰다. 지원은 들어서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품에 안고 있던 인형을 내려놓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왼쪽 냉장고에서부터 고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 한 팩씩, 한 팩씩 텅 비어 있던 타포린백 안에 차곡차곡 담았다. 고기는 들어 있었고, 지원은 꺼내기만 하면 됐다. 그건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자윤은 잠시 지원이 하는 양을 바라보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았다는 듯 옆에서 한 팩씩, 한 팩씩 담는 것을 도왔다. 이렇게 넣으면 돼? 응, 그렇게. 자윤은 쫑알대며 타포린백을 채웠다. 그렇게 큰 타포린백이었는데 고기가 다 담기지 않았다. 지원은 그 수십 팩의 고기들이, 대체 며칠 만에 팔리는지가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고기를 먹고 있다는 걸까? 어느새 쪼그려 앉아 가방 안에 가로세로로 고기를 집어넣기 시작한 자윤은 꼼꼼하게 자리를 만들어 보고 타포린백을 들어 보이더니 말했다.

꽤 무거워. 닭고기는 포기하는 게 좋겠다.

그러게.

지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의 입구 쪽에는 무인 셀프 계산대와 손으로 쥐어들 수 있는 바코드 스캐너가 놓여 있었다. 지원은 계산대로 다가가 괜히 만지작거렸다.

천장 가까이에 CCTV 화면이 보였다. 커다란 스크린에 여섯 개의 자그마한 CCTV 화면들이 있었다. 이 작은 가게에 CCTV가 여섯 대나 있다니. 그런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 보자 역시나, 가게의 천장 구석구석에 빨간 점 같은 빛이 깜빡이며 발광하고 있었다. 저것이 나를 찍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지원은 그 사실을 곱씹었고, 그래도 고기를 포기할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잠깐 이 고기들의 주인에게 잠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들고 왔던 토마토 솜인형을 계산대 옆에 내려놓았다.

타포린백은 상대적으로 키가 큰 자윤이 맡았고, 지원은 마지막으로 담지 못한 한우 한 팩을 가슴 쪽으로 깊이 끌어안았다. 차갑고 축축한 감촉이 쥔 주먹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검지손가락이 유난히 시려웠다.

사고가 있은 후로는 늘 그랬다. 공업용 미싱 바늘이 손가락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 순간의 찌릿함. 그 감각은 계속해서 검지손가락 주변을 맴돌며 시도 때도 없이 손끝의 한기를 불러일으켰다.

잘린 손가락이 엄지냐 검지냐에 따라 장해 등급이 달라진다는 것을 지원은 손가락 사고가 있은 후 산재 신청 요령을 알아보면서 알게 되었다. 다행히 손가락은 붙었고 산재 신청도 성공했지만,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은 좁은 고시원 방안에서 손가락이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요추에 느껴지는 알싸한 허리 결림이나 뻐근하게 굳어 양쪽 어깨의 관절에서 느껴지는 퍽퍽한 통증은 지원을 인간적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지원은 지원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잿빛 초록색의 미싱이, 그 차가운 기계가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반으로 잘려 나간 순간 들려온 그 소리가 오래된 돌림노래처럼 고막을 울렸다.

지원은 종아리를 들어 누운 채로 발을 젖혔다가 쭉 펴는 스트레칭을 의식적으로 반복하며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만일 손가락 봉합이 실패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최소 99일분의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었을 테고, 99일분이면 세 달치니까, 그래도 그 돈은 목돈일 테니까. 그 돈으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없이 막막해져서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모퉁이에는 빨간 양념 떡볶이집이 있었다. 그 앞에는 회색빛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졸린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자윤은 그 옆에 잠깐 쭈그려 앉더니 고양이에게로 다가가 익숙하게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도 피하지 않았다. 지원은 고양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는 사이야?

당연하지. 나랑 친해.

이름이 뭐야?

몰라. 이름 없는 고양이인데.

그게 이름 같다. 이름 없는 고양이.

지원은 옆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의 코에 자신의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고양이는 피하지 않고 지원의 손가락 끝에 코를 가져다 댔는데, 코끝이 촉촉하게 와 닿았다. 자윤은 옆에 내려놓은 타포린백을 열어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고기 줘도 될까?

글쎄.

조금만 줘 볼까.

두 사람은 잘게 잘라져 있는 소고기 팩을 꺼내 비닐 포장을 살짝 열고는 이름 없는 고양이 앞에 가져다 놓았다. 고양이는 처음엔 경계하더니 생고기를 조금씩 물어뜯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찹찹 소리를 내며 고기를 뜯는 그 광경을 한참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 자윤이 지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말했다.

들었어? 여기서 고딩 여자애가 치한 불알 딴 거.

와. 진짜?

뭘로 땄는지 알아? 포크로 땄대, 포크로.

그렇구나.

어디서 들었는데, 커터칼보다 포크가 호신용으로 좋대. 칼보다 잘 들어가서.

자윤이 퍽 진지하게 말하며 허공을 찌르는 시늉을 했다.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런 거라면 포크를 하나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에 들어차 있는 단단하고 납작한 포크를 상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지원에게 자윤이 말했다.

그러니까 변태 씹새끼가 왜 애를 따라다녀. 하느님 보시는데.

하느님?

지원은 순간 낯선 단어가 튀어나와 자윤에게 되물었다. 자윤은 손을 들어 저 멀리를 가리켰다. 자윤의 손끝에 형광빛으로 발광하고 있는 빨간 십자가가 보였다. 쪼그려 앉은 두 사람의 동공에 형광빨강 빛이 어렸다.

지원에게 그 골목은 무서운 골목이었다. 그 골목을 걸으면서 흠칫흠칫 뒤를 돌아보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골목에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생경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근데 너 욕 되게 잘한다.

그것 말곤 잘하는 게 없어.

자윤이 머쓱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나 지원은 그 말이 멋지게 들렸다. 지원은 자윤처럼 욕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욕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약간 어색했다.

그때 바람이 휙 불어왔고, 쪼그려 앉은 두 사람의 머리칼이 움직였다. 지원은 용기를 내어 고양이의 머리에 손을 얹어 보았다. 손에 꽉 차게 들어오는 보드라운 머리통이 따뜻했다. 고등어 고양이는 지원의 손끝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일러스트: 김재경 작가
일러스트: 김재경 작가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가까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고기만 먹었다가는 물릴 게 뻔하니까, 밥과 라면이 필요할 것 같다는 자윤의 제안에 지원도 동의했다. 자윤의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이 나왔다. 자윤은 윙크를 했다.

이건 내가 쏠게.

왜?

나 고기 존나 오랜만에 먹는 거거든. 지금 기분 개좋아.

나도. 나도 개좋아.

니는 욕하는 거 진짜 개어색하다.

자윤은 웃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문을 여는 소리에 놀랐는지 파드득 몸을 일으키더니 졸음이 덜 깬 눈으로 인사했다. 커다란 안경알 뒤로 얼굴이 앳되게 보이는 여자애였다. 자윤은 바로 술이 담겨 있는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술 먹을래?

자윤은 지원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페트병에 담긴 빨간 라벨 소주를 바구니에 담았다. 지원은 라면과 햇반과 이천칠백 원짜리 딸기 주스를 담았다. 이천칠백 원짜리 주스를 직접 돈 주고 사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매번 그 돈이면 소주를 사먹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카운터에 서자 아르바이트생이 익숙하게 바코드를 찍었다.

봉투 오십 원이요. 큰 봉투로 드릴까요?

네.

지원은 아주 똑바르게 대답하면서, 가만히 아르바이트생을 바라보았다. 아르바이트생의 입술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는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기계적인 음성이었다. 지원은 그 어조를 알고 있었다. 지원도 오랫동안 알고 있던 목소리였다. 지원의 성대를 타고 직접 나오던 목소리였다. 서비스직으로 일하는 젊은 여자 특유의 다정한 말투.

휴학 초기에는 지원도 처음엔 평범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얻고 싶었다. 구인구직 어플을 밤마다 뒤졌다. 그 무렵엔 최저임금이 올라 주에 이틀에서 사흘만 일을 시키는 쪼개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았고, 그건 주휴수당을 안 주려는 꼼수였지만 그럼에도 카페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는 공고마다 백여명이 지원했다. 돈을 많이 준다던 아르바이트도 알아보긴 했다. 물류 알바는 여섯 시간 근무에 7만원을 주어서 한동안 만족하며 다녔지만, 주 5일을 출근하다가 한 달째에 허리를 심하게 삐어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 주 동안 내내 골골대다가 회복이 막 되었을 즈음, 찔러나 볼까? 하고 알아본 미싱 자리는 다른 알바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미싱사 구직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이십 분 뒤 일하겠냐는 문자가 날아왔다. 9시부터 6시 근무, 경력이 없었던 지원에게 일급 12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근로계약서도 썼다. 일을 하게 된 뒤로도 지원은 만족했다. 서비스직으로 오래간 일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일에 너무 지쳐 있었지만 이 일은 달랐다. 지원이 대해야 하는 건 기계였다. 차가워 숨을 참게 되는 미싱기. 그러나 살을 부비고 있다 보면 기계도 곧 미지근해졌다.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지원은 저 애가 밥이나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폐기 상품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도시락으로, 반찬이 많은 도시락으로. 지원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갔다.

고기 좋아하세요?

네?

지원은 카운터에 고기를 내려놓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그랬듯 다정하게. 그러나 지원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지 않았다. 자윤은 타포린백을 열어 술과 밥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자윤과 지원에게는 아직도 고기가 한참 많이 남아 있었다.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게 힘에 부치는지 자윤은 타포린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낑낑대며 그것을 질질 끌기 시작했다. 지원이 도와주려해도 한사코 거절하고 그랬는데, 문제는 계단이었다. 삐뚤빼뚤 빽빽하게 돋아 있는 달동네 계단. 그 계단들은 뭐랄까, 살아남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딛어야만 하는 계단이었다. 뒤로 넘어가면 바로 뒤통수가 박살난다는 걸 인지할 수밖에 없는 경사를 가진 계단이었다. 지원은 전의를 상실한 병사처럼 숨이 탁 막혔다.

잠깐만 쉬자.

자윤이 이마에 배어난 땀을 옷깃으로 툭툭 닦아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 언제부터 총무였어?

자윤이 손가락을 몇 개 접어 보더니 곧 대답했다.

기억 안 나. 총무 일을 좀 했어. 오랫동안. 학교 잘리고는 계속 했으니까.

여기서 쭉?

아니.

자윤은 말을 끊고 잠깐 망설이다 대답했다.

나 신사임당 총무였거든.

지원은 그 순간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신사임당 고시원이라면 지원도 알고 있었다. 신사임당 고시원은 반 년 전 남자 층이었던 삼 층이 불에 타 사람이 죽어나간 고시원이었다. 여섯 명이 죽어나간 고시원이었다. 그날 지원은 잠결에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옆방과 옆방이 동시에 문을 두들기며 저게 뭐냐, 저 불이 뭐냐,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 그날 지원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 건너편에서 타오르는 불을 바라봤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 지원은 저도 모르게 너무 바짝 감아 팽팽해진 고무줄처럼 심장이 조여왔다. 검지손가락이 욱신대기 시작했다.

너 괜찮았어?

나는 멀쩡했어. 이 층 총무였어서.

그 말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 바람이 불었다. 여린 살에 스치면 상처를 남길 것 같은, 면도날 같은 바람이었다. 사고가 난 그 무렵 지원은 창문 없는 방에서 묵고 있었고, 죽은 여섯 명 모두 창문 없는 방에 묵던 사람들이었다. 손가락에 들어간 압력이 심해지고 있었지만 지원은 손에서 쉽게 힘을 풀 수 없었다. 지원의 눈앞에는 방울토마토 같은 동그랗고 빨간 불빛, 지겹고 지겨운 화재경보기의 불빛이 점점 더 커지더니, 십자가 모양으로 가로세로로 찢기며 뒤틀리는 것 같다가, 커다란 불덩이로 번져 올라 끌어안으면 품에 가득찰 것처럼 일렁이더니, 이내 붉고 노란 색깔로 뒤틀리며 시야를 삼켜버렸다. 지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알았어.

뭘.

죽어 봤자 자기 손해라는 거.

자윤은 그렇게 말한 뒤 입을 다물었다. 그치. 그건, 자기만 손해지. 그렇게 죽어버리는 건. 지원은 그런 생각이 들어 쓸쓸해졌다. 한동안 지원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던 죽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지원은 느리게 깨달았다. 죽고 싶다는 말은 정말 죽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죽는 게 나은 삶이라는 건 없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무슨 뜻이냐면. 절대 먼저 뒈지면 안 된다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자윤은 먼저 일어선 채로 지원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지원은 그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고시원에서 빌려 주는 버너와 후라이팬을 챙겨 나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가로등 아래, 묘하게 기울어진 땅 위의 납작 벤치에 자리를 깔았다. 그들은 고기를 구웠다. 지원은 자글자글 무언가 중얼거리듯 한우가 익어가는 풍경을 혼이 나간 채 바라보았다. 지원의 마음은 일렁일렁 바람을 맞은 커튼처럼, 차오르는 바닷물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부드럽게 감쌌고 잠자리의 날개처럼 희미한 빛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잊고 있었던 허기가 다시금 밀려오면서, 지원은 타포린백을 가득 채운 고기를 전부 먹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아졌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후라이팬 위에서 먹음직하게 구워지는 고기들을 주워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원은 닥치는 대로 고기를 입안으로 밀어넣으며 알싸하게 배가 아파오는 것을 참았다. 자윤도 며칠 굶은 사람처럼 고기에 달려들었다. 지원은 목에 기름칠을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미끈하게 식도를 미끄러지며 내려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황홀했다. 한우를 전부 해치운 뒤 자윤이 삼겹살 팩을 꺼내고 지원이 컵라면 두 개를 끓여 왔을 때에야 두 사람은 대화라는 걸 시작했다.

너 뭐 하는 애야?

자윤이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지원이 당황해 되물었다.

뭐 하냐고?

응. 나는 지금은 총무. 그거 빼고는 없어.

나도.

그렇게 말하고 둘은 서로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원은 잠깐 일을 쉬고 있었다고 말하며 잘린 손가락 자리를 내밀어 보여주었다. 자윤은 그 자국을 만지작거리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많이 아프지 않았냐 물었다. 지원은 어른이 된 기분으로 괜찮았다고, 참을 만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자윤도 지원도 같은 대학교에 다니던 대학생들이었고 자윤은 기숙사에서 산 적도 있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지원과 자윤은 만난 지 처음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근데 너 기숙사 왜 잘렸어?

지원이 물었다. 그러자 자윤이 입을 잠깐 우물거리길래 지원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기숙사에서 불 피워서. 큰불은 아니고, 요만한 불?

자윤은 손으로 배구공 크기의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아. 지원은 탄식 뱉듯 대답했다. 지원도 들은 적이 있는 소문이었다. 기숙사 뒤뜰에서 불을 피우다가 걸려서 잘린 애. 지원은 소문으로만 들어 본 일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유를 들은 적이 없었다. 지원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물었다.

불은 왜 질렀어?

지른 게 아니고 피운 거. 그날 존나 추웠거든.

아, 난방 때문에?

응. 기숙사 난방이 안 되더라고. 안에서 자면 얼어죽을 것 같길래, 잠깐만 불 쬐고 싶었어. 그랬던 거였는데, 불이 커졌어. 잘못 옮겨 붙었지.

자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꼭 귀찮은 모기를 잡는 것처럼 말하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후라이팬 탄 자국을 돼지기름으로 닦아내는데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게 끝이야? 응. 와.

너 진짜 미친 애 같다.

반사적으로 지원의 입에서 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갔다. 지원은 순간 말을 뱉어 놓고도 자윤이 기분이 나빴을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자윤은 의외로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미친 애라는 말이 잘 어울리게 입을 쫙 벌리고 웃었다. 그 얼굴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보여서 지원도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고기 훔쳐 먹는 애가 할 말이냐?

자윤이 웃으며 말했다. 지원도 자윤의 말에 달리 할 말이 없어 고갤 끄덕였다. 두 사람은 군말 없이 소주가 담긴 페트병을 부딪힌 뒤 한 모금씩 들이켰다. 동시에 크아, 하고 소리가 나왔다. 지원은 슬슬 취기가 올라 자꾸만 덜 익은 고기를 주워 먹으려 들었다. 아직 핏물이 가시지 않아 새빨간 돼지고기를 집은 지원은 자윤에게 손등을 찰싹 맞았다. 지원은 소주를 깡으로 들이마시더니 젓가락을 내려놓곤 말했다.

잡혀가려나.

그러게. 잡혀갈까?

이대로 사느니 잡혀가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런가. 근데 이대로 사는 게 어떤 건데?

못 먹고 사는 거.

그래, 그건 좀 서럽긴 하지.

자윤이 박수 치며 동조했다. 여름 바람이 고기 냄새와 뒤섞여 그들 쪽으로 살랑 불어왔다. 밤엔 아직 쌀쌀하군, 하고 지원은 생각했다. 그때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고 언덕 아래쪽에서 잠에서 덜 깬 듯한 두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가 고기를 구워 처먹어!

그 말을 들은 지원은 순간 가슴에서 무언가가 욱, 두들기며 치고 올라오는 걸 느꼈다. 마음속에 담겨 있던 유리잔이 깨지는 것만 같았다. 지원은 그래서 고기를 굽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알 바냐?

뭐?

남의 일에 상관말고 잠이나 자!

지원은 들고 있던 집게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잘한다. 아휴, 다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씹새들.

자윤도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며 작게 동조했다. 그러는 자윤의 목소리가 너무 웃겨서, 지원은 들고 있던 집게로 자윤을 가리키며 뒤집어질 듯 웃어댔다. 건너편에서 뭐라 뭐라 대답이 들려왔지만, 지원의 웃음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도 삼겹살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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