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좋아한다. 골목이나 지하철, 소란스러운 장터는 순간의 점령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름 모를 사람들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낯설다는 느낌은 나의 테두리를 선명하게 그리며 방관자에서 관찰자로 이끌어준다. 순진한 표정과 손짓을 기록하게 만드는 그 하루를 누군가는 근사한 모습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칭찬은 글이 되지 못한다. 생각을 넓게 펼친 후 불필요한 곳을 도려내야 물고기떼처럼 손끝으로 사유의 문장들이 모여든다. 기름을 짜듯 고독을 견뎌야 진한 한 방울의 문장이 흰 바탕 위로 똑 떨어질 뿐이다. 매번 근사함에서 그치는 나는 사실 부지런하지 않다. 그래서 폭풍 같은 매질이 당도했을 것이다. 강아지 사료를 구입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멍하니 오래 서 있었나 보다. '계산할까요'라는 직원의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 '네, 물론요. 빚진 글쓰기에도 곧 계산을 치르겠습니다!'
툭 튀어나오는 재채기처럼 고마운 마음 또한 참을 수 없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 백연심 여사, 얼마 전 당신의 다이어리에서 가을을 배웅하는 문장을 읽었다. "안녕, 단풍아! 내년에 또 보자." 핸드폰에 엄마를 '백 작가'라고 저장한 일은 여태 자랑스럽다. 그리고 영원한 나의 팬들, 어떤 상황에서도 날 위해 별처럼 반짝이는 남편과 어른스러운 늘이, 친구 같은 준호 모두 고맙고 사랑한다.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이지엽 교수님 그리고 단국대 대학원 교수님들과 문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큰 용기를 주신 매일신문 심사위원 허상문 선생님, 유인실 선생님, 주인석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글 앞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래 제자리걸음이었으니 엄살은 이제 내려놓겠다. "하늘 너머에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연민과 사랑이 존재한다." 보후밀 흐라발의 이 말을 나는 믿는다. 그러니 더 이상 희망 운운하며 슬퍼하지 않을 테다. 계절과 팔짱을 끼고 휘파람을 불며 낯선 길과 글을 오래 사랑할 것이다.
〈약력〉
-서울 출생.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독서지도학과 석사 졸업.
-단국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수료.
-2017년 경기도명소예술공모전 대상 수상.
-2018년 《열린시학》 한국예술작가상으로 시 등단.
-2018년 단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동인지 '그리움은 손바닥을 닮았다', 시집 '너의 추락을 모의하는 동안'
댓글 많은 뉴스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조경태 "국민의힘, 尹 옹호 이미지 안 돼…尹은 자기 안위만 생각"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