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나니 옛 전우들이 그리웠습니다"
60여 년 전 함께 군 생활을 했던 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났다. 이들은 2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고래사냥'이 성과를 거뒀다며 자평했다.
심상철(84) 전 경북대 명예교수는 지난 2022년부터 전국을 쏘다니며 옛 전우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가 전역할 당시 부대원 171명에게 받았던 '추억설문지'가 유일한 단서다. 추억설문지에는 당시 부대원들의 주소와 생년월일 등이 기록돼있다.
그는 "대한민국 남자 누구에게나 군대 추억이 깊게 각인돼 있지만 전역 후 세상 살기가 바빠 마음속에 묻어두고 지냈다"며 "죽기 전에 전우 1명이라도 꼭 만나보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세월이 흐른 만큼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동해안 어느 바다에 숨 쉬고 있는 전설 속의 고래를 찾는 일'이라는 뜻에서 작전명도 '고래사냥'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고래사냥'에는 심 교수와 대구사회문화대학 활동을 함께하는 추인호(76) 씨, 이종환(72) 씨도 동참했다. 심 교수와 대구사회문화대학 활동을 함께하는 이들은 고령의 심 교수가 혼자 다니기 버거워 보인다며 조력자를 자처한 것이다. 추 씨는 운전을, 이 씨는 사진촬영을 도맡았다.
이들은 지금껏 하일병 병장(경남 창녕군 남지읍), 문종근 하사(대구 군위군 우보면), 김석림 상사(경북 성주군 성주면)를 만나기 위해 60여 년 전 주소로 무작정 찾아갔지만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오래전 주소가 유일한 단서다 보니 행방이 묘연한 경우도 있었고, 겨우 소식이 닿더라도 이미 전우들은 세상을 떠난 뒤였기 때문이다.
'고래사냥'의 첫 성과는 지난 8월 나타났다. 군 생활 시절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김환빈 병장을 찾기 위해 전북 정읍에 가니 김 병장 주소지 인근에 있던 교회 장로가 그의 현재 연락처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길었던 통화수신음 끝에 김 병장 목소리가 들리자 심 교수는 대뜸 "김 병장 나 기억나나?"라고 외치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들의 실제 만남은 지난 10월 18일 김 병장이 생활하고 있던 서울에서 이뤄졌다. 전역한 뒤에도 김 병장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던 장석규 병장도 함께 자리했다.
심 교수는 "전우들을 찾으러 다니면서도 각자 사정이 다른 만큼 '실제로 만나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막상 전우를 만나게 되니 소원을 다 이룬 것만 같았다"며 "앞으로도 고래사냥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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