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김장을 도와드리려 어머니집을 방문할 때였습니다. 버스정류장 의자 위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죽어가는 어린 생명이 안타까워 여러 기관에 전화를 넣었지만, 도움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동물병원의 구조를 기다리며 고양이 옆을 지켰습니다. 연신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왜 안 와, 바빠 죽겠는데!" 어머니가 호통을 치시더군요. 어머니껜 죄송했지만 제가 하는 행동이 '착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나쁜 짓도 해봤지만, 당시 제가 했던 행동은 분명 착한 짓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부아를 끓게 한 건 나쁜 짓에 가까울지 몰라도요.
당시 경험을 토대로 동화를 썼습니다. 생각보다 쭉쭉 진도가 나가더군요. 하지만 중간에 삽입한 아라의 이야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아라의 이야기는 4년여 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입양아학대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갑자기 집필이 괴로워졌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그러나 제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구호가 새삼 떠오르며 가슴을 할퀴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말하고 싶습니다.
'아가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어.'
소설가로 먼저 데뷔했지만, 동화작가 역시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소설 좀 써봤으니 얼렁뚱땅 동화책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안이한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화분야 역시 엄격한 프로의 세계였으며, 합당한 자격을 요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초심으로 돌아가 여러 동화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역시 쉽지는 않더군요.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나…. 자책할 무렵 매일신문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단비 같은 전화였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몇 해 전 제가 했던 '착한 짓'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약력〉
- 1973년 서울출생
- 2012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소설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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